원자로 임계 뜻: '최초 임계'는 폭주가 아니라 시동입니다
원자로가 임계에 도달했다는 건 위험 신호일까요? 미임계·임계·초임계와 유효증배계수 k, 지발중성자 0.65%가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 루푸르 1호기·새울 3호기 최초 임계의 의미, 핵무기·임계사고와의 차이를 짚었습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10월 31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임계에 도달했다.’ 이 문장을 들으면 대개 한계를 넘었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일상어의 임계점은 터지기 직전의 지점이니까요. 그런데 원전 뉴스에서 이 말은 거의 언제나 좋은 소식입니다.
지난 10월 11일, 방글라데시 첫 원전인 루푸르 1호기가 최초 임계에 도달했습니다(World Nuclear News, 10월 12일). 국내에서는 새울 3호기가 4월 12일 같은 고비를 넘었죠. 두 발전소 모두 그날 위험해진 게 아니라, 비로소 깨어났습니다.
원자로 임계 뜻: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정확히 하나 남기는 상태
우라늄-235 원자핵이 중성자를 맞아 쪼개지면 새 중성자가 두세 개 나옵니다. 일부는 물에 흡수되거나 노심 밖으로 새고, 남은 것이 다음 핵분열을 일으키죠. 한 번의 핵분열이 평균 몇 번의 다음 핵분열로 이어지는지 나타낸 값이 유효증배계수, 줄여서 k입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훈련 교재의 용어집은 세 상태를 이렇게 나눕니다.
- 미임계 (k<1): 연쇄반응이 잦아드는 상태. 정지한 원자로가 여기에 있습니다.
- 임계 (k=1): 연쇄반응이 스스로 유지되는 정상 상태. 출력이 일정합니다.
- 초임계 (k>1): 연쇄반응이 불어나는 상태. 출력을 올릴 때 잠깐 씁니다.
집안의 대(代)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한 세대가 평균 딱 한 세대만큼의 자손을 남기면 식구 수는 그대로이고, 그보다 적으면 줄고 많으면 늘죠. 임계는 식구 수 유지일 뿐입니다. 식구가 몇 명인지와는 상관이 없어서, 최초 임계 때처럼 출력이 거의 0인 원자로도, 정격 출력 100%로 도는 원자로도 똑같이 k=1입니다.
지발중성자 0.65%: 원자로를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숫자
임계를 이해하는 진짜 열쇠는 시간입니다. 핵분열 중성자 대부분은 분열 순간 튀어나오는 즉발중성자이고, 이들만으로 세대가 이어지면 한 세대가 눈 깜짝할 새보다 훨씬 짧습니다. k가 1을 조금만 넘어도 출력이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여기서 소수파가 일합니다. 핵분열 생성물이 베타붕괴한 뒤에야 내놓는 지발중성자는 분열 몇 초에서 몇 분 뒤에 나옵니다(NRC 용어집). 우라늄-235에서는 전체 중성자의 약 0.65%(자료에 따라 0.64~0.66%)뿐이지만,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이 지연이 연쇄반응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축에 빗대 보겠습니다. 이자 대부분은 즉시 붙는데 0.65%만 조금 늦게 입금된다고 해 보죠. 올린 이율이 그 0.65%보다 작으면, 통장은 늦게 들어오는 몫을 기다려야만 불어납니다. 운전원과 제어계통이 반응할 시간은 바로 이 기다림에서 나옵니다.
반대로 올린 몫이 0.65%를 넘으면 즉발중성자만으로 임계가 되는 즉발임계에 이릅니다. 기다림이 사라지는 선이죠. 실제 노심에서는 지발중성자 비율이 낮은 플루토늄-239(WNA 기준 0.23%)가 쌓이면서 이 선이 0.65%보다 낮아집니다. 원자로 설계와 운전 절차는 이 선에 한참 못 미치는 범위에서만 움직이도록 짜여 있습니다.
반응도, 그리고 제어봉과 붕소
k가 1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나타내는 값이 반응도입니다. NRC 용어집은 반응도를 (k−1)/k로 정의하고, 임계면 0, 초임계면 양수, 미임계면 음수라고 적습니다.
가압경수로에서 반응도를 움직이는 손잡이는 둘입니다.
- 제어봉: 붕소·카드뮴처럼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물질을 넣은 막대. 빼면 반응도가 오르고, 넣으면 내려갑니다.
- 냉각수 속 붕소: 냉각수에 녹인 붕소의 농도. WNA 설명대로 연료 속에 다른 중성자 흡수 물질이 쌓이는 만큼 농도를 서서히 낮춰 임계를 지킵니다.
출력을 올릴 때는 제어봉을 조금 빼 잠깐 초임계로 만들었다가, 원하는 출력에서 다시 k=1로 맞춥니다. 경수로는 연료와 냉각수 온도가 오르면 반응도가 스스로 줄도록 설계돼 이 균형을 돕습니다. 출력을 낮출 때 제논까지 끼어드는 과정은 원전 출력 조절 글에서 다뤘습니다.
최초 임계가 시운전 이정표인 이유
새 원전은 대략 이런 순서를 밟습니다.
- 연료 장전: 운영허가 뒤 노심에 연료를 채웁니다. 원자로는 아직 깊은 미임계.
- 최초 임계: 제어봉을 조금씩 빼고 붕소를 묽혀 k=1에 처음 닿습니다.
- 저출력 시험: 아주 낮은 출력에서 노심이 설계 계산대로 반응하는지 확인합니다.
- 출력상승 시험: 출력을 단계별로 올리며 발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하고 설비와 안전계통을 시험합니다.
- 상업운전: 시험과 검사를 모두 마치고 정식 운전에 들어갑니다.
최초 임계는 수년간 계산으로만 존재하던 노심이 처음 스스로 연쇄반응을 유지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이정표죠.
새울 3호기(APR1400 노형)는 2025년 12월 30일 운영허가를 받았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6년 4월 10일 연료 장전 검사와 고온기능시험을 포함한 임계 전 검사 9개 항목을 마쳤다고 밝혔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이틀 뒤인 4월 12일 최초 임계를 발표했습니다. 남은 검사는 출력상승시험 등 31개 항목.
그 시험 도중인 8월 11일 출력 33.9%에서 자동정지가 있었고, 원안위는 원인을 운전원의 설정값 입력 실수로 보고 9월 4일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9월 6일, 출력을 올리던 중 터빈 쪽 증기 응축수 배수 배관에서 누설이 확인돼 한수원이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했고 원안위가 사건조사에 들어갔습니다. 10월 31일 기준 새울 3호기는 아직 상업운전 전입니다. 허가 단계마다 규제기관 확인이 끼어드는 구조입니다.
루푸르 1호기는 2026년 5월 연료 163다발 장전을 마쳤고, 규제기관 승인 사흘 뒤인 10월 11일 오후 3시 34분(현지 시각) 임계에 도달했습니다(WNN). 러시아 로사톰은 이를 최소 제어 출력 도달로 표현했죠. 이어 방글라데시 원자력규제청(BAERA)이 10월 29일 출력 기동 단계를 승인했고, 10월 30일부터 출력을 올리는 운전이 시작됐습니다(데일리스타·방글라데시포스트, 10월 30일). 전력망 공급은 추가 시험과 승인을 거쳐야 하며, 현지 보도는 그 시점을 11월 말에서 12월 사이로 전합니다(10월 31일 기준).
정기검사로 멈췄던 원전이 다시 돌 때도 같은 관문을 지납니다. 원안위가 4월 28일 낸 ‘한울 3호기, 정기검사 중 임계 허용’ 보도자료가 그런 예입니다. 임계는 원전이 시동을 걸 때마다 거치는 일상입니다.
핵무기 ‘초임계 질량’, 임계사고와는 무엇이 다른가
초임계라는 말이 무섭게 들리는 건 핵무기 때문일 겁니다. 핵무기는 고농축 물질을 순식간에 모아 즉발중성자만으로 k가 1을 크게 넘게 만들고, 물질이 흩어지기 전 극히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냅니다. WNA에 따르면 무기용 물질은 우라늄-235를 90% 이상으로 농축해야 하고, 경수로 연료는 3~5%입니다.
원자로의 초임계는 출력을 올리는 동안 1을 아주 조금 넘는 상태이고, 속도는 지발중성자가 붙잡습니다. 그렇다고 원자로 사고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1986년 체르노빌 4호기는 제어봉 설계의 특성과 양(+)의 기포계수가 겹쳐 출력이 급증했고, WNA는 뒤이은 폭발을 증기 폭발과, 수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 두 번째 폭발로 설명합니다.
임계사고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NRC 용어집은 이를 의도치 않게 자기유지 또는 발산하는 연쇄반응이 생겨 에너지가 방출되는 사고로 정의합니다. 임계를 계획한 원자로가 아니라, 임계가 일어나면 안 되는 곳에서 벌어진다는 게 핵심이죠.
1999년 9월 30일 일본 도카이무라의 JCO 핵연료 가공시설이 그랬습니다. 작업자들이 우라늄-235를 18.8%로 농축한 우라늄 용액을 임계가 일어나기 쉬운 모양의 침전조에 부었고, 연쇄반응은 약 20시간 간헐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탱크를 둘러싼 냉각수(중성자 반사체)를 빼고 붕산을 넣어서야 멈췄고, 작업자 3명 중 2명이 숨졌습니다(WNA, 국제원자력사고등급 4등급).
‘임계 도달’ 기사를 읽을 때
임계는 연쇄반응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정확히 이어지는 균형점입니다. 출력이 일정한 원전은 늘 임계 상태로 돌죠. 위험은 임계 자체보다 계획하지 않은 곳의 임계, 그리고 즉발임계를 넘보는 반응도에 있습니다.
공부한 입장에서 저는 임계 소식을 보면 다음 단계를 먼저 봅니다. 최초 임계는 출발선이고, 몇 달짜리 출력상승 시험이 그 발전소의 실력을 보여 주거든요. 출력 기동에 들어간 루푸르 1호기가 언제 전력망에 붙는지, 두 번 멈춘 새울 3호기가 언제 상업운전을 시작하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입니다.
참고 자료: 미국 NRC 기술훈련센터 「Nuclear Criticality Safety Trainee Guide: Abbreviations, Acronyms, and Glossary」(0905 Rev 3), NRC Glossary ‘Criticality’·‘Reactivity’; 세계원자력협회(WNA) 「Physics of Nuclear Energy」, 「Uranium Enrichment」, 「Tokaimura Criticality Accident 1999」, 「Chernobyl Accident 1986」; World Nuclear News 「Bangladesh’s Rooppur 1 achieves criticality」(2026.10.12), 「Third unit at Korea’s Saeul plant starts up」(2026.4.13); The Daily Star 「Rooppur gets clearance for power generation」(2026.10.30); Bangladesh Post 루푸르 1호기 출력 기동 보도(2026.10.30); 프로토마 알로·bdnews24 루푸르 1호기 임계 보도(2026.10.11); 원자력안전위원회 보도자료 「원안위,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운영허가 의결」(2025.12.30), 「한울 3호기, 정기검사 중 임계 허용」(2026.4.28); 에너지데일리 원안위 새울 3호기 임계 전 사용전검사 완료 보도(2026.4.10); 에너지신문 새울 3호기 첫 시동 보도(2026.4.12); 에너지데일리·이투뉴스 새울 3호기 시운전 재가동 승인 보도(2026.9.4); 아시아경제 새울 3호기 배관 누설 수동정지 보도(202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