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평생 전기의 핵폐기물은 음료수 캔 하나 — 그런데 왜 어려운가 (+폐기물 관련주)

원자력 발전이 만드는 폐기물의 실제 부피를 석탄 발전과 비교해 봅니다. 부피는 놀랄 만큼 작지만, 그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닌 이유까지 균형 있게 정리했습니다.

원자력 논쟁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핵폐기물은 어쩔 건데?“입니다. 타당한 질문입니다. 다만 이 논쟁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그 폐기물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감각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를 보면 생각보다 놀랍습니다.

음료수 캔 하나

한 사람이 평생 쓸 전기를 전부 원자력으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 몫의 사용후핵연료는 약 350mL 음료수 캔 하나 분량입니다. 캐나다원자력협회 등이 실제 계산으로 보여준 유명한 비유입니다. 다만 이는 연료 자체의 부피이고, 처분할 때 씌우는 용기·완충재·처분 터널까지 포함하면 차지하는 공간은 수백 배로 늘어납니다.

발전소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1,000MW급 원전 1기가 1년 돌면 사용후핵연료가 약 20~30톤 나옵니다. 부피로는 방 하나에 들어가는 수준입니다. 같은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어떨까요? 매년 석탄재 수십만 톤과 이산화탄소 수백만 톤을 내보냅니다. 부피 기준으로 자릿수가 몇 개나 차이 납니다.

1,000MW 원전 1년 사용후핵연료 약 20~30톤(방 하나)과 석탄화력 석탄재 약 30만 톤·이산화탄소 수백만 톤을 비교한 도해

한 가지 덜 알려진 사실도 있습니다. 석탄에는 미량의 우라늄·토륨이 들어 있어서 석탄재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폐기물(TENORM)에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미국 EPA도 석탄화력의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고, 같은 전력량 기준으로 석탄재가 주변에 퍼뜨리는 방사선이 원전보다 많다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분석이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2007)에 소개된 바도 있습니다(정상 운전 중 주변 배출 기준의 비교이며, 두 값 모두 매우 작습니다). “폐기물 없는 발전"은 어디에도 없는 셈입니다.

부피의 역설: 작은 것이 어려운 것

그렇다면 핵폐기물 문제는 과장된 걱정일까요? 그렇게 결론 내리면 반쪽짜리입니다. 원자력 폐기물의 진짜 특징은 이렇습니다.

  • 방사능의 대부분은 부피가 가장 작은 고준위폐기물(사용후핵연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체 폐기물 방사능의 약 95%가 부피로는 3%도 안 되는 이 작은 덩어리에 들어 있습니다.
  • 중저준위폐기물(작업복, 필터, 폐부품 등)은 부피는 크지만 방사능은 낮아, 경주 처분장 같은 시설에서 공학적으로 관리 가능한 영역입니다.
  • 문제는 고준위폐기물의 격리 기간입니다. 수만 년 이상 사람과 환경으로부터 떼어 놓아야 하고, 이를 위한 심층 처분장이 가동 직전 단계에 이른 나라는 아직 핀란드 등 극소수입니다.

즉 핵폐기물 문제의 본질은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작지만 아주 오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부지 안 저장시설에 쌓여 가고 있고, 최종 처분장 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2025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으로 부지 선정 절차가 이제 막 법제화된 단계입니다). 부피가 캔 하나라는 사실과, 그 캔을 10만 년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사실 — 둘 다 참이고, 둘 다 알아야 공정한 논쟁이 됩니다.

핵심 정리

  • 1인 평생 전기의 사용후핵연료 ≈ 음료수 캔 1개. 같은 전기의 석탄재와는 부피 자릿수가 다르다.
  • 석탄재도 우라늄·토륨을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이다 — 폐기물 없는 발전은 없다.
  • 원자력 폐기물의 난제는 양이 아니라 ‘수만 년의 격리’다. 한국은 최종 처분장이 아직 없다.

관련 산업 한 걸음 더

폐기물의 분류·측정·처리·처분은 그 자체로 전문 산업입니다. 국내 상장사 중에는 오르비텍(코스닥 046120)이 대표적입니다 — 원전·원자력시설의 방사선 관리 용역과, 방사능이 기준 이하로 낮아진 폐기물을 일반 폐기물로 처분하는 ‘규제 해제(자체처분)’ 분석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형주입니다. 폐기물 처리 시장은 원전 해체 시장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데, 관련 상장사 전체 지도는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글에서 이어집니다.

본 내용은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세계원자력협회(WNA) 방사성폐기물 관리 자료, 미국 EPA TENORM 자료, 캐나다원자력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