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출력제어(감발), 원자로 안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까: 경부하기 탄력운전 해설
봄·가을 경부하기마다 원전 감발이 늘고 있습니다. 2025년 37회로 뛴 원전 출력제어, 출력을 내릴 때 제논·붕소·제어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2027년 70% 탄력운전 계획과 찬반 논점을 정리합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10월 26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93일 중 19일. 2025년 봄(3월 1일~6월 1일) 전력거래소가 원전에 출력을 줄이라고 지시한 날의 수입니다. 서울경제가 강승규 의원실을 거쳐 받은 전력거래소 자료로 보도한 숫자인데, 1년 전 봄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 봄에 원전 12기가 약 6만 MWh를 덜 만들었고, 그중 37%가 전남 한빛 원전 몫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을 경부하기 한가운데죠. 출력을 내릴 때 원자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원자력·방사선 전공자의 눈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경부하기에 원전 출력제어가 늘어난 이유
경부하기는 냉난방 수요가 빠져 전력 수요가 바닥인 봄·가을입니다. 정부는 올해 추석 당일(9월 25일) 오후 1시 총수요를 47.3GW로 예상했는데(SBS Biz, 2026년 9월 10일), 지난여름 최대 수요 95.3GW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바로 그 시간에 태양광은 한창 돌아갑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주파수가 올라가 계통 전체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월 19일부터 11월 15일까지 58일을 가을철 경부하기 대책기간으로 운영하며, 발전 감축과 수요 늘리기를 먼저 쓰고 불가피하면 원전 같은 경직성 전원도 출력을 제어한다고 밝혔습니다(2026년 9월 10일 발표). 태양광이 몰린 호남은 남는 전기를 보낼 송전망이 부족해 사정이 더 빠듯합니다.
횟수도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로는 원전 출력제어가 2024년 3회에서 2025년 37회가 됐습니다(김소희 의원실 공개, 헤럴드경제 2026년 4월·한겨레 2026년 6월 보도). 1년 새 열 배가 넘죠. 다만 집계 기준이 자료마다 달라 2024년을 7회로 센 보도도 있습니다(아시아경제, 2025년 9월).
원전 감발, 원자로 안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나
경수로의 출력 손잡이는 크게 둘입니다. 중성자를 빨아들이는 제어봉, 그리고 냉각수에 녹인 붕소의 농도. 여기에 출력이 바뀌면 저절로 따라 움직이는 세 번째 변수, 제논-135가 끼어듭니다.
- 제논이 뒤늦게 쌓임. 제논-135는 중성자를 아주 잘 흡수하는 핵분열 생성물로, 대부분 아이오딘-135(반감기 약 6.6시간)에서 생기며 자신의 반감기는 약 9.1시간입니다. 출력을 내리면 제논을 태워 없애던 중성자가 줄어 제논이 쌓이고, 미국 에너지부 교재의 100%→50% 감발 예로는 7~8시간 뒤 정점을 찍은 뒤 50~60시간에 걸쳐 새 평형으로 갑니다. 그사이 출력을 되올리기가 빠듯해집니다.
- 제어봉은 빠르지만 쏠림. 위에서 꽂는 제어봉을 깊이 넣으면 노심 위쪽 출력이 눌리고 아래쪽으로 몰립니다. 이 불균형이 제논과 맞물리면 미국 에너지부 교재 기준 약 15시간 주기의 제논 진동이 생길 수 있어 축방향 출력분포를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 붕소는 고르지만 느림. 붕소는 노심 전체에 고르게 퍼져 출력 분포를 흐트러뜨리지 않지만, 농도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묽히려면 물을 넣고 그만큼 붕산수를 빼내야 해서 처리할 물이 늘어납니다. 프랑스에서는 부하추종이 원전 설비이용률을 약 1.2% 낮춘다는 추정이 있습니다(OECD-NEA, 2011).
- 연료는 급한 복귀에 약함. 출력이 오르면 연료 펠릿이 피복관보다 빨리 부풀어 피복관을 안에서 누르는데, 이를 펠릿-피복관 상호작용이라 합니다. 그래서 출력을 되올리는 속도와 폭에 제한을 둡니다. 프랑스 원전은 보통 분당 1.5% 이하로 올리고, 특수 운전에서만 분당 5%까지 냅니다(OECD-NEA, 2011).
- 주기 말엔 여유가 줄어듦. 핵연료 주기 말에는 붕소를 이미 거의 다 묽혀 놓아, 제논이 쌓인 뒤 출력을 되올릴 때 쓸 여유가 적습니다. 유럽 사업자 요건(EUR)이 부하추종을 연료 주기의 90% 동안만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세계원자력협회는 프랑스 원전도 주기가 65%쯤 지나면 조절 폭이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의 원전 탄력운전 계획: 80%에서 70%, 다시 50%로
지금 국내 원전은 18개월 가운데 27일 안팎, 출력 80%까지만 감발이 허용된다고 보도됐습니다(아시아투데이·뉴시스, 2026년 2월). 뉴시스 보도대로라면 최신 노형인 APR1400도 현재 하한은 80%입니다. 정부와 한수원이 그리는 다음 단계는 이렇습니다.
- 2027년 경부하기부터: 연간 100일 안팎, 출력 70%까지 감발.
- 2032년 10월 새울 1호기(옛 신고리 3호기)부터: 출력 50%까지 감발, 전력망 주파수에 맞춰 출력을 3%p 범위에서 자동 조절하는 운전 도입.
- 기술개발: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사업, 2025년 6월~2028년 12월, 총 약 504억 원(정부 294억 원)(프레시안, 2026년 3월).
- 규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성 심사 체계를 설계할 연구 용역을 준비 중(아시아투데이, 2026년 2월).
비교 대상인 프랑스 EDF 원전은 30분 만에 출력을 100%에서 30%까지 내릴 수 있다고 세계원자력협회는 설명합니다. 유럽 신규 경수로 요건은 하루 2회, 주 5회, 연 200회의 출력 하강과 복귀를 상정합니다(유럽사업자요건 EUR, OECD-NEA 2011). 처음부터 이걸 전제로 설계한 노형과, 기저부하용으로 지은 원전을 옮겨 오는 일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찬반: 계통 유연성 대 설비 수명·연료·경제성
필요하다는 쪽: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낮에 남는 전기를 누군가는 받아 줘야 합니다. 원전이 늘 같은 출력만 고집하면 태양광을 더 자주 꺼야 합니다. 프랑스는 이미 부하추종을 일상으로 해 왔고, 유럽 연구는 그 추가 운영·정비 비용을 이론상 가용 용량의 최대 2% 정도로 추정했습니다(EU JRC, 2010).
걱정하는 쪽: 논점은 세 갈래입니다.
- 설비 피로: 출력 변화를 반복하면 배관과 원자로 용기에 열 응력이 쌓입니다. 유럽 요건이 상정한 연 200회 수준을 넘는 출력 변동은 설비 수명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보도됐습니다(비즈한국, 2026년 4월).
- 연료와 운전: 국내 원전은 애초에 잦고 깊은 감발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서울경제, 2025년 7월). 펠릿-피복관 상호작용과 제논 진동 관리가 고스란히 운전 부담입니다.
- 경제성: 원전은 연료비가 작고 건설비 같은 고정비가 커서, 덜 돌릴수록 kWh당 원가가 오릅니다. 전력거래소 집계로 2025년 원자력 정산단가는 kWh당 약 79원, 발전원 가운데 가장 낮았으니 감발은 가장 싼 전원부터 덜 쓰는 셈입니다.
양쪽이 함께 꼽는 대안은 송전망과 ESS입니다. 이것들이 늦어질수록 원전 감발이 메울 몫이 커집니다.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원전 탄력운전은 ‘할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게, 비용은 누가 지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제논과 붕소는 수십 년 다뤄 온 물리라 관리는 가능하지만, 연 100일씩 되풀이하는 운전은 국내 원전에 처음이어서 실증 자료와 원안위 심사 기준이 먼저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가을철 경부하기 안정적 전력계통 운영에 만전」 보도자료(2026.9.10, KDI 경제정보센터 게재); SBS Biz 가을철 경부하기 전력수급 대책 보도(2026.9.10); 서울경제 2025년 봄 원전 감발 보도(2025.7.14, 강승규 의원실 전력거래소 자료); 헤럴드경제 원전 출력제어 보도(2026.4.22, 김소희 의원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 한겨레 송전망·출력제어 보도(2026.6.18); 아시아투데이 원전 탄력운전 계획 보도(2026.2.2); 뉴시스 새울 1호기 탄력운전 보도(2026.2.4); 프레시안 원전 출력 제한 보도(2026.3.1); 비즈한국 원전 탄력운전 보도(2026.4.8); 미국 에너지부 DOE-HDBK-1019/2-93 Nuclear Physics and Reactor Theory(1993); EU JRC EUR 24583 「Load-following operating mode at Nuclear Power Plants and incidence on O&M costs」(2010); OECD-NEA 「Technical and Economic Aspects of Load Following with Nuclear Power Plants」(2011); 아시아경제 원전 출력제어 보도(2025.9.5); 세계원자력협회 Nuclear Power in France; 전력거래소 2025년 발전원별 정산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