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2기, 그다음을 묻는 공론화 — 찬반 논거를 같은 저울에 올려 보기 (+관련주)
9월 시작되는 신규 원전 공론화와 12월 확정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40년 수요 재전망, 건설비·공기 초과 사례, 처분장 부재, 재생·ESS 단가까지 찬반 논거를 같은 저울에 올려 무엇을 묻는 것인지 정리합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9월 22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8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가 2040년 전력수요를 다시 계산해 내놓았습니다. 최대전력 158.4~165.0GW — 4월 전망(131.8~138.2GW)보다 약 27GW, 대형 원전(1.4GW) 19기 몫이 넉 달 만에 늘었습니다. 이 숫자를 들고 9월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2025년 10월 출범,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을 넘겨받은 부처)가 “원전을 더 지을 것인가"를 둘러싼 공론화위원회 숙의를 시작합니다. 원자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지만, 이 글에서는 찬반 논거를 같은 저울에 올려 무게만 재 보겠습니다.
공론화가 묻는 것은 ‘2기’가 아니라 ‘그다음’
먼저 오해 하나를 걷어내야 합니다. 2025년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의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2.8GW·2037~38년, 0.7GW·2035~36년)는 이미 결정된 물량입니다. 정부는 2025년 12월 30일과 2026년 1월 7일 두 차례 토론회와 약 3,000명 여론조사(신규 건설 추진 찬성 62~70%)를 거쳐 1월 26일 “계획대로 추진"을 확인했고, 6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대형 2기 후보 부지로 경북 영덕, SMR 후보 부지로 부산 기장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9월 공론화의 실제 질문은 27GW가 더 필요하다는 재전망 앞에서 12차 전기본(~2040년)에 원전과 SMR을 추가로 넣을 것인가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위원장 포함 최대 11인의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약 3개월간 시민참여단 숙의를 거치는 방식을 확정했고, 이에 맞춰 12차 전기본 정부안 수립 시점도 10월에서 12월로 늦췄습니다(2026년 9월 기준). 전기요금 글에서 예고한, 2040년 고지서를 정하는 결정입니다.
저울 왼쪽: “더 지어야 한다”
- 무탄소 기저전원. 날씨와 무관하게 연중 80% 중반의 이용률로 돌아갑니다(2025년 84.6%). 석탄을 닫으면서 밤과 겨울을 받칠 선택지로 흔히 꼽히는 것은 원전, 그리고 저장장치·양수를 붙인 재생에너지입니다. LNG는 그 사이를 메우지만 탄소가 남습니다.
- 2040년 수요. 반도체 클러스터 24.6GW(4월 전망 4GW), AI 데이터센터 11.9GW(4GW)로 재전망됐습니다. 과장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반대로 빗나가면 대가는 정전이나 비싼 LNG입니다.
- 낮은 정산단가. 2025년 전력거래소 기준 원자력 kWh당 약 79원, LNG 158원. 원전 비중이 높으면 한전의 구입단가가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 살아 있는 공급망. 신한울 3·4호기가 건설 중이라 설계·주기기·시공 생태계가 가동 중입니다. 끊긴 공급망을 되살리는 비용은 서구가 이미 치렀습니다.
저울 오른쪽: “신중해야 한다”
- 건설비와 공기. 79원은 건설비를 이미 회수한 기존 원전 이야기입니다. 신규 원전은 건설비가 원가에 그대로 들어가며, 신한울 3·4호기 총사업비만 약 12조 3,000억 원입니다. 미국 보글 3·4호기는 약 140억 달러·2016~17년 준공 계획이 300억 달러 이상·2023~24년으로, 프랑스 플라망빌 3호기는 33억 유로가 약 130억 유로·12년 지연으로 끝났습니다. 한국은 최근 호기들을 예산 안팎에서 지었지만 신고리 3·4호기도 부품 서류 위조 사태로 준공이 수년 늦어진 적이 있고, 새 부지에서 같은 실적을 낸다는 보장은 계획서에 없습니다.
- 처분장 부재.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 부지가 아직 없고, 2025년 특별법의 목표가 중간저장 2050년, 처분시설 2060년입니다(핵폐기물 글, 세계 방폐장 글). 그 관리 기간은 기존 원전만으로도 이미 22세기까지 이어지며, 새 원전은 거기에 양과 시간을 더합니다.
- 입지와 수용성. 영덕은 군민 86%가 유치에 찬성했지만,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2025년 4분기 조사에서 “내가 사는 지역에 짓는 것"에는 49.9%만 찬성했습니다(2026년 6월 같은 재단 조사에서는 56.3%). 전국 찬성과 지역 수용은 다른 질문입니다.
- 재생·ESS 단가 하락과 송전망. 태양광 고정가격 입찰 상한은 2026년 상반기 kWh당 약 148원으로 1년 새 5% 내렸고,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가는 30원대에서 2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송전망이 병목입니다. 2026년 1~5월 출력제어의 절반이 호남에서 났고, 호남 신규 태양광의 계통 접속은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만 풀립니다. 동해안 원전에도 같은 제약입니다.
2017년의 저울과 2026년의 저울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비교 대상입니다. 7월 24일 출범한 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약 2만 명 전화조사에서 시민참여단 500명을 뽑았고, 471명이 한 달 숙의와 2박 3일 합숙 토론을 거쳐 10월 20일 건설 재개 59.5%, 중단 40.5%라는 결과를 냈습니다. 같은 참여단이 원전 비중 축소(53.2%)에 섰다는 점도 기록돼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한 방에서 같은 자료를 읽고 답한 결과였습니다.
2026년 1월 절차는 토론회 2회와 전화·ARS 여론조사였고, 환경단체들은 정보 제공이 부족하고 설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9월 22일 이해관계자를 뺀 위원장 포함 최대 11인의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대표성을 갖춘 시민참여단이 원전의 역할을 학습·토론한 뒤 사전·사후 여론조사에 응하는 방식으로 약 3개월 숙의를 진행한다고 밝혀, 2017년 신고리 공론화에 가까운 방식으로 정리됐습니다. 다만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을 몇 기 지을지는 “공론화위 영역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선을 그었고, 이번 공론화는 미래 수요를 충당할 여러 대안 중 하나로서 원전의 역할만 다룹니다. 어떤 방식이든 여덟 논거를 참여자가 같은 자료로 읽었는지가 결과의 신뢰를 정할 것입니다.
필자의 저울
어느 쪽이 무거운지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원전은 결정에서 준공까지 12년 안팎, 재생에너지는 송전망이 따라오는 데 그만큼 걸립니다. 2017년 공론화는 석 달, 2026년 1월 결정은 한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용이 커진 것은 결정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이 정권마다 뒤집히며 착공도 송전망도 미뤄진 시간이었습니다. 원전을 더 짓든 재생·ESS·송전망에 집중하든, 12월에 답이 나오고 그 답이 다음 정부에서 뒤집히지 않는 것이 어느 결론보다 싸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정리
-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2기·SMR 1기는 이미 확정(영덕·기장). 9월 22일 확정된 3개월 공론화는 신규 기수가 아니라, 2040년 수요 재전망(최대 165GW) 앞에서 원전의 역할을 시민참여단 숙의로 묻는다.
- 찬성 쪽은 무탄소 기저전원·수요 증가·기존 원전 단가·공급망, 신중 쪽은 신규 건설비·공기 초과·처분장 부재·지역 수용성·재생 단가 하락과 송전망 병목이다.
- 2017년 신고리 공론화는 시민참여단 471명 숙의로 재개 59.5%를 냈다. 방식이 무엇이든, 결정이 뒤집혀 다시 미뤄지는 비용이 가장 크다.
관련 산업 한 걸음 더
방향에 따라 다른 축이 움직입니다. 원전 추가 쪽이면 주기기(두산에너빌리티, 코스피 034020)·설계(한전기술, 052690)·시공(현대건설, 000720)의 건설 생태계가(SMR·원전 관련주 총정리), 재생·저장 중심이면 ESS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373220, 삼성SDI 006400)와 태양광 소재·모듈(한화솔루션 009830)이 관련되는 영역입니다. 어느 쪽이든 2030년대 중반까지 저녁 피크를 메우는 것은 가스(한국가스공사 036460)의 몫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전기본 반영이 곧 발주는 아니며, 15년 사이 계획은 여러 번 바뀔 수 있습니다.
본 내용은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12차 전기본 총괄위원회 제5차 대국민 정책토론회(2026.8.20),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 국무회의 보고(2026.9.22),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 기후에너지환경부 신규 원전 여론조사 결과(2026.1), 한국수력원자력 신규 원전 부지 선정(2026.6),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과(2017.10, 정책브리핑), 전력거래소 「2025년 전력시장통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2025), 2026년 상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입찰 공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에너지 국민인식조사」(2025.4분기·2026.6), 한국수력원자력 2026년 업무보고(2025년 이용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