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SMR에 줄 선 삼성물산·현대건설·두산, 서명된 계약은 아직 적다
삼성물산·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유럽 SMR 사업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홉 건 가운데 실제 계약은 두 건, 나머지는 MoU·텀시트·기본협약입니다. 무엇이 계약이고 무엇이 종이인지, 위험은 어디에 있는지 2026년 10월 기준으로 짚습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10월 5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9월 29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테네시주 클린치리버에 들어설 GE버노바히타치의 소형모듈원자로(SMR) BWRX-300에 건설허가를 내줬습니다. 사업자는 미국 전력회사 TVA(테네시밸리관리청)입니다. TVA와 GE버노바는 이를 미국 상업용 SMR의 첫 건설허가라고 부릅니다(더 큰 소듐냉각 나트륨 발전소는 3월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TVA가 2025년 1월 이 사업의 계획·설계·건설 후보로 발표한 팀은 벡텔, 사전트앤룬디, GE히타치. 한국 기업은 없습니다.
그런데 허가가 나기 한 주 전, 삼성물산은 같은 노형을 유럽에 짓는 4자 MoU와 카이로스파워와의 구속력 있는 텀시트에 서명했습니다. 8월에는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테라파워와 손을 잡았죠.
서구 SMR 개발사들이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넘어가는 지금, 한국 기업은 시공 파트너, 기기 제작사, 소수 투자자라는 옆문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문이 실제로 열려 있을까요?
한눈에 보기
- 가장 단단한 자리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기기 공급으로, 상대는 테라파워·롤스로이스 SMR·뉴스케일입니다. 건설사 쪽은 더 이른 단계라서 삼성물산·카이로스 건은 규제 승인을 조건으로 한 텀시트, 나머지는 MoU나 기본협약입니다.
- 미국 첫 상업용 SMR 건설허가가 난 클린치리버에는 한국 기업 이름이 없습니다. 테라파워 나트륨에서는 벡텔의 이탈이 9월 21~22일 확인돼 주 시공 역할을 다시 입찰에 부치는데,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한국의 세일즈 포인트는 대형 원전 반복 시공 기록이고 증거는 바라카입니다. 다만 그 기록에는 수년의 지연이 들어 있고, SMR에서는 아직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1. SMR 사업에 갑자기 시공사가 필요해진 이유
몇 년 동안 SMR 이야기는 설계와 인허가였습니다. 2026년에는 콘크리트 이야기가 됐죠. NRC는 3월 테라파워 나트륨의 건설허가를 냈고, 카이로스는 4월 헤르메스 2 발전소를 착공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파워제너레이션은 2025년 4월 건설 면허를 받아 달링턴에서 첫 BWRX-300을 짓고 있습니다.
나트륨, 헤르메스, 달링턴은 SMR 현황 지도에서 건설허가를 받고 원자력 콘크리트를 타설한 서구 사업 셋으로 꼽은 곳입니다.
클린치리버 심사는 14개월이 걸려 예정보다 4개월 빨랐지만, 허가가 착공은 아닙니다. TVA는 착공일을 발표하지 않았고 산업 파트너들과 비용 분담을 아직 협상 중이라고 월드뉴클리어뉴스(WNN)가 전했습니다.
개발사들은 원자로 설계 회사이지 종합건설사가 아닙니다. 용융염 냉각 SMR을 만드는 카이로스는 원자로 핵심 구역인 원자력 섬은 직접 맡되 나머지 설비는 파트너를 원한다고 밝혔고, 뉴스케일의 오랜 엔지니어링 파트너였던 플루어는 2026년 4월까지 뉴스케일 지분을 전부 팔았다고 업계 언론이 전했습니다.
한국 건설사 쪽 사정도 있습니다. 서울경제는 2026년 5월, 원가 상승과 주택 경기 침체로 수익이 줄자 국내 건설사들이 원전과 데이터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 누가 어디에: 서구 SMR 속 한국 기업
표는 기업 발표, WNN,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확인한 역할만 담았고 2026년 10월 5일 기준입니다. ‘MoU’와 ‘기본협약’은 구속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 기업 | 사업 | 역할 | 상태 |
|---|---|---|---|
| 삼성물산 | 카이로스 헤르메스 2, 미국 | 전력계통·BOP(원자로 밖 설비) EPC 팀, 최대 1억 달러 | 구속력 있는 텀시트, 9월 21일 발표(WNN 9월 22일) |
| 삼성물산 | BWRX-300, 중·동유럽과 영국 | 4자 MoU에 EPC 역량으로 참여 | MoU, 9월 22일 |
| 삼성물산 | 뉴스케일 도이체슈티, 루마니아 | FEED(기본설계) 참여, EPC 수주 미확인 | 2023년 MoU, 루마니아 2026년 2월 투자 승인 |
| 현대건설 | 홀텍 팰리세이즈, 미국 | BOP 설계, EPC 파트너 | MoU와 팀 구성, 계약 보도 없음 |
| 현대건설 | 테라파워 나트륨, 미국 | 후속 최대 8기 EPC 권리 | 기본협약, 8월 14·18일 발표 |
| 두산 | 테라파워 나트륨, 미국 | 노심 배럴, 가드베슬, 내부 지지구조 | 제작 계약, 2026년 8월, 금액 비공개 |
| 두산 | 롤스로이스 SMR, 영국·체코 | 원자로 용기 사전 제작, 슈코다 JS와 함께 | 5월 28일 선정, 조건 비공개 |
| 두산 | 뉴스케일, 미국 | 상부 용기 12기 단조품 | 발주 완료, 제작 중 |
| 두산 | X-energy Xe-100, 미국 | 단조 생산능력 | 예약, 2025년 12월 |
행마다 읽는 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 삼성물산과 카이로스: 직접 투자와 현물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합친 거래로 규제 승인이 조건이며, 8월 18일 바너드 컨스트럭션과 맺은 MoU 위에 올린 것입니다(WNN, 9월 22일). 헤르메스 2는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50MWe 발전소인데, 가동 시작이 2030년인지 2031년인지는 보도마다 다릅니다.
- 삼성물산의 유럽 건: BWRX-300 MoU는 뉴욕에서 GE버노바, 히타치, 폴란드 SGE와 맺었습니다. GE버노바에 따르면 SGE는 26기의 원칙적 결정을 받았고 영국에서는 14기 제안이 검토 중이죠. 루마니아에서는 국영 전력회사 뉴클리어일렉트리카 주주들이 2월 12일 비공개 조건을 달아 도이체슈티 투자를 승인했다고 POWER지가 전했습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4년 7월 기본설계에 합류했지만, EPC 수주는 필자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현대건설과 홀텍: 홀텍이 2026년 기업공개를 위해 낸 S-1 공시(WNN에 따르면 9월 중순 상장은 연기)는 팰리세이즈 SMR-300 2기의 공동 수행 MoU라고 적었고, 업계 언론은 현대건설을 단독 EPC 수행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서울경제는 5월 현대건설을 1조 3,000억 원(약 9억 6,000만 달러) 규모 팰리세이즈 계약의 ‘유력 후보’라고 썼습니다. 홀텍은 2025년 12월 31일 건설허가 신청서 1부를 냈고, ANS에 따르면 NRC 심사는 2027년 상반기에 끝날 전망입니다.
- 현대건설과 테라파워: 현대건설 발표에 따르면 기본협약은 후속 나트륨 최대 8기의 ‘EPC 파트너가 될 권리’를 줍니다. 테라파워 발표에는 완공·가격·성능 보증이 들어 있다고 적혀 있지만, 현대건설 발표에는 그 말이 없습니다. 두 발표 모두 1호기인 켐머러에서의 역할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 두산: 롤스로이스 SMR 건은 체코 슈코다 JS와 함께 선정된 사전 제작 작업으로 조건은 비공개이고, 영국 윌파 부지 투자 결정은 2029년에나 나올 전망입니다. X-energy 건은 생산능력 예약이지 구매 주문이 아닙니다. 나트륨의 원자로 용기 자체는 다른 한국 회사인 HD현대가 맡는다고 뉴클리어엔지니어링인터내셔널(NEI)이 보도했습니다.
3. 한국 기업이 내놓는 것
핵심 논거는 반복입니다. UAE 바라카는 APR1400 4기로, 1호기 착공이 2012년 7월, 4호기 상업운전이 2024년 9월이었고 이 기록은 5년 시점의 글에서 돌아봤습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모두 그 한국 팀에 있었죠.
국내에서는 현대건설이 2023년 12월 체결된 3조 1,000억 원(약 23억 달러)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55% 지분으로 이끕니다. 삼성물산은 새울 3·4호기를 이끌고, 새울 3호기는 2025년 12월 30일 운영허가를 받았습니다.
두산은 국내 APR1400의 주기기를 전부 공급해 온 회사로, 한국 원전 산업 지도에 그린 분업 구조의 한 축입니다.
두 번째 자산은 재무입니다. 삼성물산은 엔지니어링에 더해 돈을 넣고, 현대건설의 기본협약에는 테라파워에 따르면 보증이 붙습니다. 실적이 없는 개발사에게 위험을 나눠 지는 시공사는 내세울 만한 조건입니다.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약점이기도 합니다. 바라카의 교훈은 한국의 강점이 같은 설계를 거듭 짓는 데 있다는 것이었는데, 한 번도 지어진 적 없는 SMR은 그 조건이 아닙니다.
4. 어긋날 수 있는 지점
- 종이는 계약이 아닙니다: 위 아홉 건 가운데 계약이나 발주가 붙은 것은 두산의 뉴스케일·나트륨 건뿐이고, 건설사 건은 텀시트, MoU, 기본협약입니다. 기본협약이 진짜여도 끝내 호기 하나 안 나올 수 있습니다.
- 웨스팅하우스의 그림자: 한전과 한수원은 2025년 1월 16일 APR1400을 둘러싼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주장을 비공개 조건으로 합의했습니다. 회사들이 확인하지 않은 보도 조건에는 북미에서 한국 원전 입찰을 막는 내용이 있고, 그래서 한미 원전 패키지가 APR1400 2기 예외를 상정합니다. 그 조건은 한국 설계 원전에 관한 것이고 여기 SMR 역할은 남의 설계 위에 있는데, 합의가 이 경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공개 입장은 찾지 못했습니다.
- 첫 호기 비용: 원전 확대에 비판적인 미국 연구단체 IEEFA(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는 2024년 5월 SMR이 “너무 비싸고, 너무 느리고, 너무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뉴스케일의 유타 사업으로, 2016년 약 30억 달러로 약속됐던 비용 추정이 2023년 11월 취소 시점에는 93억 달러까지 뛰었습니다. 카이로스의 마이크 라우퍼 CEO는 삼성물산 발표문에서 ‘절제된 수행 모델’을 갖췄다고 했는데, 이는 아직 결과가 아니라 주장입니다.
- 집중 위험: 업계 분석 사이트 SMR 인텔은 나트륨의 용기와 내부 구조물을 한국 손에 맡기면 한국 산업정책, 무역 관계, 미국 수출통제 정렬의 변화가 사업 전체의 위험이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한 분석가의 시각입니다. 두산의 X-energy·뉴스케일 작업도 같은 질문을 낳습니다.
- 벡텔의 경고: 벡텔과 테라파워는 9월 22일 나트륨에서 각자의 길을 간다고 밝혔고, 테라파워는 EPC 계약을 다시 입찰에 부치되 일정은 유지된다고 WNN이 전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고, 해고 사전통지(WARN)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말만 있으며, NEI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상업 조건과 가격이 걸림돌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 들어오는 쪽은 가격과 위험을 두고 힘든 협상을 각오해야 합니다.
5. 다음에 볼 것
문이 진짜인지는 네 가지 사건이 보여 줄 겁니다. TVA의 착공과 비용 분담 합의, 테라파워의 EPC 재입찰, 2027년 NRC의 팰리세이즈 결정과 그에 따르는 현대건설 수주 여부, 그리고 삼성물산과 카이로스의 확정 문서입니다.
수요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이퍼스케일러 계약과 전력망 제약이 개발사들을 계속 착공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열린 질문은 첫 호기의 위험을 누가 지느냐입니다.
발표문을 나란히 놓고 읽다 보니 MoU, 기본협약, 텀시트, 예약이라는 꼬리표가 얼마나 많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서명된 일은 대부분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입니다.
관련 산업 한 걸음 더
이 글에 이름이 나온 국내 상장사는 삼성물산(KRX: 028260), 현대건설(KRX: 000720), 두산에너빌리티(KRX: 034020)입니다. 미국에서는 BWRX-300을 설계하는 합작사의 한 축인 GE버노바(NYSE: GEV)와 뉴스케일(NYSE: SMR)이 있습니다. 위 합의 대부분은 구속력이 없거나 금액이 정해지지 않아, 발표만으로는 매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본 내용은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World Nuclear News의 TVA 클린치리버 건설허가(2026.9.30), 삼성물산·카이로스파워(2026.9.22), BWRX-300 유럽 MoU(2026.9.23), 벡텔·테라파워(2026.9.22), 두산에너빌리티·나트륨(2026.8.21), 롤스로이스 SMR 공급사(2026.5.28), X-energy·두산(2025.12), 홀텍·현대건설(2025.2), TVA 계약사(2025.1) 보도; GE Vernova의 BWRX-300 MoU 및 클린치리버 허가 발표(2026.9.22, 9.29); TerraPower의 한국 기업 협약 발표(2026.8.14); 현대차그룹 발표와 UPI의 현대건설·테라파워 기본협약 보도(2026.8); Nuclear Engineering International의 한국 나트륨 연합(2026.8)과 벡텔 이탈(2026.9.24) 보도; WNN의 홀텍 상장 연기 보도(2026.9); 한국경제의 삼성물산·루마니아 설계 연구 보도(2024.7); Fluor 발표와 업계 언론의 뉴스케일 지분 매각 보도(2026.2~4); Korea JoongAng Daily의 삼성물산·뉴스케일 보도(2023.6); The Korea Times의 두산·롤스로이스 SMR 보도(2026.5.28); 서울경제의 국내 건설사 보도(2026.5.25); POWER magazine의 도이체슈티 결정 보도(2026.2); ANS Nuclear Newswire의 홀텍 팰리세이즈 보도(2026.4.2); Holtec Nuclear S-1/A 공시 및 NuScale 2025 회계연도 10-K(SEC); Cowboy State Daily와 Construction Dive의 벡텔 WARN 통지 보도(2026.9); SMR Intel의 삼성물산·카이로스 및 두산·나트륨 분석(2026); Westinghouse의 한전·한수원 합의 발표(2025.1.16); IEEFA, “SMRs: Still Too Expensive, Too Slow and Too Risky”(2024.5); 에너지노트의 바라카, 한국 원전 산업 지도, SMR 현황, 한미 패키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