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 전기요금은 누가 정하나 — SMP·정산조정계수로 보는 한국 전력시장과 한전 적자
전기요금 고지서엔 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전력거래소가 매기는 시간별 가격은 대개 LNG가 정하고, 원자력·석탄은 정산조정계수로 마진이 깎입니다. 이 구조가 한전을 3년간 43조 원 적자로 몰아넣은 과정과 2026년 9월 개편 흐름을 정리합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9월 22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전력량요금’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그 값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어디에도 안 나옵니다. 발전소가 파는 전기를 누가, 얼마에 사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요금×에너지믹스 글에서 발전원별로 사 오는 값(정산단가)이 원자력 79원부터 LNG 158원까지 벌어진다는 걸 봤다면, 이번엔 그 값이 만들어지는 시장 자체를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전력거래소(KPX)가 매기는 도매가격과, 한국전력이 그 값을 그대로 다 내지 않는 이유입니다. 바로 이 구조가 지난 3년 한전을 43조 원 적자로 몰아넣었습니다.
한눈에 보기
- 한국은 전력거래소(KPX)가 시간마다 도매가격(SMP)을 매기고, 한국전력이 그 전기를 전부 사서 되파는 단일 구조입니다. SMP는 대체로 가장 비싼 연료인 LNG 발전기가 정합니다.
- 원자력·석탄은 SMP를 그대로 받지 않습니다. 정산조정계수라는 0~1 사이 값이 원가 위 마진을 깎아서 한전에 넘깁니다.
- 2021~2023년 연료비 급등을 요금에 못 따라가 한전은 43조 원 적자를 냈고, 2025년 13.52조 원 최대 흑자로 돌아섰지만 36.1조 원은 2025년 말까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1. 거래소는 따로, 판매자는 하나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이름은 익숙해도 역할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헷갈리기 쉽습니다. 2001년 발전 부문이 송배전·판매에서 분리되며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 자회사 6곳이 갈라져 나왔지만, 판매는 그때도 지금도 한전 하나입니다.
- 전력거래소(KPX): 시간 단위로 발전기를 가동 순서에 올리고 도매가격을 정합니다. 전기를 직접 사거나 팔지는 않습니다.
- 한국전력: 이 도매전력을 전부 사들여 가정과 기업에 되파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송배전망도 한전 소유입니다.
- 한수원과 5개 발전 자회사: 한수원(모든 원전 운영)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5개 화력 발전사가 한전 산하에서 시장에 전기를 팝니다.
- 민간·독립 발전사(IPP): SK·GS 계열 등 대기업 산하 LNG·석탄 발전사가 한전 그룹 밖에서 같은 시장에 참여합니다. 민간 발전사 단체는 이제 민간 발전량이 5개 화력 발전 자회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주장합니다(UPI, 2026년 8월).
2. 왜 LNG가 전기요금을 정하나
KPX는 하루 전 입찰로 다음 날 시간별 가격을 정합니다. 발전사가 낸 값을 싼 순서로 세워 그 시간 수요를 채울 만큼만 가동하고, 마지막으로 불려 나온 가장 비싼 발전기의 값이 그 시간 가동된 발전기 전체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 값이 계통한계가격, SMP입니다.
원자력과 석탄은 연료비가 싸서 먼저 돌아가고, 수요의 마지막 조각은 거의 항상 LNG 발전기가 채웁니다. LNG 연료비는 국제 가스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죠. 가스값이 뛰면 그 시간 SMP도 함께 뜁니다. 원전이든 석탄이든 예외가 없습니다.
값을 정하는 건 늘 가장 비싼 발전기 단 하나. 값싼 발전 설비가 가장 비싼 연료 하나에 값을 내맡기고 있는 셈입니다.
3. 원자력·석탄은 그 값을 다 받지 않는다
SMP를 그대로 다 받는다면 가스값이 뛸 때마다 원자력·석탄 발전사가 원가 위 마진을 챙기고, 그 차액은 결국 한전이 대신 냅니다. 이를 막는 장치가 둘 있습니다.
- 용량요금(CP): 가동 여부와 상관없이 확보된 설비용량 1kW당 지급되는 돈으로, 발전사가 재무적으로 버틸 수 있게 해 줍니다. 2023년 KPX가 발전사에 정산한 약 78조 원 중 약 7.5조 원, 약 9.5%가 용량요금이었습니다.
- 정산조정계수: SMP에 곱해 한전 산하 발전사에 최종 지급하는 0~1 사이 값입니다. KPX 비용평가위원회가 매년 말 다음 해 계수를 검토하고 정부가 확정합니다. SMP가 낮을 땐 1에 가까워 거의 다 받지만, 2022년처럼 SMP가 치솟으면 0 쪽으로 눌러 차익을 한전 쪽으로 되돌립니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 산하 6개 발전사에만 적용됩니다. 민간·독립 발전사는 계수 없이 SMP를 그대로 받습니다. 앞서 본 2025년 정산단가(원자력 79원, 재생 125원, 석탄 138원, LNG 158원, kWh당)가 발전원마다 이렇게 벌어지는 배경에 바로 이 구조가 있습니다.
4. 한전 적자는 어디서 왔나
상한제가 걸렸던 다섯 달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LNG 가격이 치솟았고, SMP도 2021년 평균 kWh당 약 94.34원에서 2022년 12월 월평균 267.63원까지 뛰었습니다. 정부는 2022년 5월 24일 발표한 비상조치, SMP 상한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 2022년 12월~2023년 2월: 12월 1일부터 육지 기준 kWh당 158.96원(제주 226.56원), 최근 10년 평균 SMP의 약 150%(1.5배)로 상한을 걸었습니다. 12월 한 달에만 정산금 약 6,840억 원이 줄었고, LNG(3,461억 원)와 재생에너지 등 소규모 발전사(3,262억 원)가 나눠 부담했습니다. 3개월 제한 규정에 따라 2023년 3월 자동 종료됐습니다.
- 2023년 4월: SMP가 다시 상한선을 넘어 한 달간 재발동됐습니다.
- 이후: 근거 규정에 일몰조항이 있어 2023년 11월 30일 자동 만료됐고, 그 뒤로는 다시 발동되지 않았습니다.
태양광·풍력과 민간 발전사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미 계약을 맺은 뒤 정산금을 깎는 건 재산권 침해라며 소송을 준비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일부 태양광 사업은 상한제로 투자금 회수 기간이 15년까지 늘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숫자로 보는 적자
한전의 판매단가는 구입비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분기마다 정부가 검토해 정하는 정책 가격입니다. 2024년 평균 판매단가는 kWh당 약 162.9원, 2025년엔 여러 차례 인상을 거쳐 170.4원까지 올랐습니다. 위기가 가장 심했던 2022년 12월, 한전이 발전사에 낸 월평균 SMP는 kWh당 267.63원으로 이 두 판매단가보다도 한참 높았습니다(시기는 다르지만 격차의 크기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두 수치의 차이를 한 달에 수십 테라와트시씩 곱하면 손실은 조 단위로 불어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1년 약 5.8조 원, 2022년 사상 최대 32.7조 원, 2023년 4.5조 원으로 3년 누적 약 43조 원에 이릅니다. 한전은 2026년 2월 서울경제 보도에서 이 시기를 “연료비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부채로 흡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채는 2021년 말 145.8조 원에서 2025년 말 205.7조 원으로 불었습니다.
흑자로 돌아섰지만
2022년 7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산업용 요금이 일곱 차례, 누적 약 70% 올랐습니다. 가정용은 대부분 동결됐고요. 여기에 연료비까지 안정되며 한전은 2024년 4년 만에 흑자(약 8.3조 원)로 돌아섰고, 2025년엔 매출 97.43조 원으로 6년 연속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13.52조 원,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구멍이 다 메워진 건 아닙니다. 2021~2023년 누적 손실(넓은 회계 기준 약 47.8조 원) 중 약 36.1조 원이 2025년 말까지도 남아 있었고, 한전 스스로도 재무 정상화까지 2025년과 비슷한 흑자를 3~4년은 더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KED Global의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요금은 2026년 4분기에도 다시 동결됐습니다.
연료비 상승 요인이 있었는데도 가계·기업 부담을 우선한 결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산업계 쪽 반발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사 반도체 공장용 송전망 확충 비용을 대기 위해 향후 요금 약 25조 원을 선납해 달라는 한전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2026년 9월 국내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5. 지역별 차등요금·제주 실시간시장이 뭘 바꾸나
2026년 9월 기준 개편이 세 갈래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15년짜리 국가 전력계획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함께 걸려 있는데, 정부 초안이 10월로 예정됐다가 원전 역할을 둘러싼 공론화가 12월까지 이어지며 연내 확정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 지역별(위치별) 차등요금: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한전이 2026년 8월 전국을 권역으로 나누는 설계안을 내놨습니다. 남부권 산업용 요금을 kWh당 최대 약 18원 낮추고 수도권 남부는 거의 그대로 두는 안으로, 연간 약 2.8조 원의 산업용 절감 효과를 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전력 여유 지역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입니다. 데이터센터 병목 글과 전력망 지도 글에서 짚었던 지역 간 전력 수급 격차를, 요금으로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2026년 내 도입이 목표입니다.
- 제주 실시간시장: 2024년 6월 1일부터 제주는 15분 단위 실시간시장과 예비력시장, 그리고 태양광·풍력이 가격과 예측 출력으로 경쟁하는 입찰제를 하루전시장과 별도로 운영해 왔습니다. KPX는 이를 가상발전소와 양방향 입찰까지 넓히며 전국 확대의 시험대로 부르지만, 배터리·전기차 충전기·히트펌프에 대한 보상 규정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2026년 9월 기준).
- 발전 자회사 통합 검토: 정부는 한전 산하 화력 발전 5개사를 약 53GW 규모 한 회사로 합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민간 발전사들은 반대합니다. 몸집이 커진 국영 발전사가 정산조정계수를 포함한 정산 규칙에 더 큰 입김을 낼 거라는 우려를, 단체를 통해 밝혔습니다(UPI, 2026년 8월).
6. 남은 논쟁
이해관계는 겹치지 않습니다. 산업계는 2년 새 일곱 번 오른 요금이, 한전이 최대 실적을 내는 지금도 부담이라고 말합니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선납 거절이 그 신호입니다). 재생에너지·소규모 민간 발전사는 SMP 상한제가 이미 맺은 계약을 사후에 깎았다며 보상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민간 화력 발전사는 정산조정계수와 발전 자회사 통합 모두 가격 결정권을 한전 쪽으로 더 몰아준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 주장도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정부는 이 갈등들을 해소하기보다는, 위 개편안들 속으로 미뤄 둔 쪽에 가깝습니다.
공부한 입장에서 이 구조에서 가장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낀 부분은 정산조정계수입니다. 보조금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대입니다. 균일 가격제가 가장 싼 발전기에 안겨 줄 뻔한 차익을, 눌러 두는 브레이크에 가깝습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원전·석탄·LNG 비중을 어떻게 정하는지, 신규 원전 공론화 글에서 짚은 논쟁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지역별 차등요금이 예고된 절감을 실제로 돌려주는지가 이번 가을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2021~2023년 손실은 아직 장부에 남아 있고, 다 지워지기 전에 또 연료비가 한 번 더 튄다면 4년 전만큼 버틸 여유는 없습니다.
관련 산업 한 걸음 더
이 시장의 변화, 요금 동결이든 인상이든 정산조정계수 조정이든, 가장 먼저 실적에 반영되는 상장사는 한국전력(코스피 015760)입니다. 한수원을 포함한 6개 발전 자회사는 모두 한전 100% 자회사라 따로 거래되지 않고, 민간 대형 발전사도 SK·GS 같은 그룹 안에 있어 발전 부문만 떼어 낸 상장 종목은 없습니다. 발전원별 정산단가와 관련 기업은 전기요금×에너지믹스 글과 SMR·원전 관련주 총정리에 더 정리돼 있습니다.
본 내용은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전력거래소(KPX) 전력통계정보시스템·시장운영규칙; 한국전력 2025년 연결 실적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SMP 상한제 고시(2022.5.24)와 관련 시장규칙 개정; 신&김 SMP 상한제 뉴스레터; 코리아타임스·KED Global의 한전 2021~2023년 손실 및 2024~2025년 실적 보도; 서울경제의 한전 2025년 실적·부채 보도(2026.2.27)와 발전 자회사 통합 논쟁 보도(2026.8.13, UPI 경유); 코리아헤럴드의 지역별 차등요금 계획 보도(2026.8); KED Global의 2026년 4분기 요금 동결 보도(2026.9.21); 기후에너지환경부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 경과(2026.8~9); 기후솔루션(SFOC)과 국내 에너지 전문지의 SMP 상한제 관련 재생에너지 업계 반발 보도; 국내 에너지 전문지(전기신문, 에너지신문, EPJ, 파이낸셜뉴스)의 정산조정계수·제주 실시간시장 관련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