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30년 만의 완성 — 2026년 2단계 준공과 남은 숙제 (+관련주)
2005년 주민투표로 결정된 경주 방폐장이 2026년 5월 2단계 준공식을 열었습니다. 부지 선정에 30년이 걸린 이유와 저준위 처분이 해결하지 못한 고준위 폐기물 숙제를 정리합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9월 26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70.8%.
2005년 11월 2일 경주시 주민투표 투표율입니다. 찬성률은 89.5%로, 같은 날 투표한 군산(84.4%)·영덕(79.3%)·포항(67.5%) 네 도시 중 가장 높았습니다. 그 한 표가 경주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로 확정지었습니다.
이 투표 전까지 정부는 안면도·굴업도·부안에서 내리 실패했습니다. 부지를 먼저 정하고 주민에게 통보하는 방식이 매번 반발에 부딪혔던 겁니다. 최초 부지 물색부터 처분시설이 실제로 돌아가기까지, 한국은 30년을 썼습니다.
이 글은 세 축으로 봅니다. 30년이 걸린 이유, 경주가 실제로 해결한 것과 못한 것(특히 고준위 폐기물), 그리고 2026년 2단계 준공 이후 남은 일입니다.
한눈에 보기
- 1986년 부지 물색을 시작해 안면도(1990)·굴업도(1994~95)·부안(2003~2004)에서 잇따라 무산된 뒤, 2005년 11월 4개 지자체 동시 주민투표에서 경주가 89.5% 찬성으로 선정됐습니다.
- 경주 방폐장은 2015년 가동을 시작한 1단계 동굴식 처분시설(10만 드럼)과 2026년 5월 준공한 2단계 지표처분시설(12.5만 드럼)로 구성되며, 3단계(약 16만 드럼)는 2031년을 목표로 합니다.
- 경주는 중저준위 폐기물만 처분합니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 처분은 2025년 9월 시행된 특별법으로 절차만 마련됐고, 중간저장 2050년·영구처분 2060년이 목표입니다.
1. 30년이 걸린 이유
부안 사태는 한국인 다수가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2003년 7월 군수가 독자적으로 위도 유치를 신청했고, 정부는 한 달가량의 지질조사 뒤 부지를 확정했습니다. 이후 1년 가까이 노란 옷을 입은 시위대와 수천 명의 경찰이 충돌했고, 2004년 2월 14일 부안 자체 주민투표에서 91.8%가 반대표를 던지며 그해 부지 선정이 백지화됐습니다.
부안 이전에도 안면도(1990)와 굴업도(1994~95)에서 정부 주도 방식은 이미 무산된 바 있습니다. 통보가 아니라 동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이 이때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도는 방식 자체를 바꿨습니다. 정부가 부지를 지정하는 대신 지자체의 자율 신청을 받고, 확정된 인센티브를 미리 제시하고, 부지 확정 전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약속한 겁니다. 경주·군산·영덕·포항 네 곳이 신청했고, 2005년 11월 2일 같은 날 투표에서 경주가 가장 높은 찬성률로 유치권을 가져갔습니다.
유치 대가는 작지 않았습니다. 경주시에 3천억 원 특별지원금(약 2억 2천만 달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연구센터 건설이 뒤따랐고, 이후 정부·공공기관이 관련 지원사업에 추가로 3조 2천억 원(약 24억 달러)을 투입했습니다.
이 대가가 정당한 보상인지, 부안의 기억을 지우는 값이었는지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립니다. 다만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 통보로는 안 되던 일이 동의로는 됐으니까요.
2. 경주가 해결한 것, 못한 것
착공은 2007년 11월, 정식 명칭은 ‘월성 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로 2008년 1월 정해졌습니다.
1단계는 지하 동굴식입니다. 1km가 넘는 터널을 지나 해수면 아래 80~130m 암반에 사일로 6기를 뒀습니다. 2014년 6월 공사를 마쳤고, 원자력안전위원회(NSSC)가 그해 12월 11일 운영을 허가해 2015년 7월 13일 첫 드럼이 반입됐습니다.
2단계는 방식이 다릅니다. 콘크리트 처분고 20기를 지표 부근에 두는 방식으로, 5중 방벽에 규모 7.0 내진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2022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5년 12월 완료됐고(공사비 약 3,141억 원, 약 2억 3,300만 달러), 2026년 3월 16일 NSSC 최종 운영허가를 받아 5월 13일 준공식을 열었습니다.
본격 가동은 하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단계별 용량과 진행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 | 방식 | 용량 | 인허가·가동 |
|---|---|---|---|
| 1단계 | 지하 동굴식(사일로) | 10만 드럼 | 2014.12 허가, 2015.7 첫 반입 |
| 2단계 | 지표 콘크리트 처분고 | 12.5만 드럼 | 2025.12 공사완료, 2026.3 허가, 5월 준공식 |
| 3단계(계획) | 매립형, 극저준위 | 약 16만 드럼 | 2031년 목표 |
| 전체(설계용량) | 전체 방식 합계 | 80만 드럼 | 시점 미정 |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은 경주를 동굴식과 지표식을 함께 갖춘 세계 최초의 단일 복합시설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채워지는 속도는 규모에 비해 더딥니다. 2026년 중반 기준 1단계는 약 3만 7,700드럼, 용량의 38% 정도를 11년째 채우는 중이고 2단계는 반입이 막 시작됐습니다.
부지 밖 사정은 더 급합니다. 한국의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통합정보시스템 자료를 인용한 국내 매체 Supple의 2026년 9월 보도에 따르면, 고리 원전이 가장 많은 약 4만 87드럼을 부지 내에 쌓아 두고 있습니다. 원전이 아닌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한전원자력연료 두 곳에도 약 2만 9,587드럼이 있는데, 인구 140만 대도시권 안입니다.
KAERI는 연간 약 800드럼씩 경주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 속도면 현재 재고를 비우는 데 2035년 무렵까지 걸립니다. 처분장 하나로 감당이 안 되는 발생 속도이고, 2단계가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주가 손대지 않은 영역도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즉 고준위 폐기물입니다. 2025년 2월 27일 국회를 통과하고 9월 26일 시행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부지선정위원회를 만들고 KORAD를 유일한 시행 주체로 지정했습니다.
목표는 중간저장시설 2050년, 영구처분시설 2060년입니다. 위원회는 2026년 한 해 동안 배제 지역 기준을 다듬었고 2027년 지자체 공모를 시작할 계획인데, 경주에서 통했던 자율 신청·인센티브·주민투표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는 방향입니다. 전 세계 고준위 처분장이 어디까지 왔는지는 세계 방폐장 열전을, 국내 저장조가 얼마나 찼는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을 함께 보면 됩니다.
3. 2026년 2단계 준공, 그리고 논쟁
준공식이 열렸다고 논쟁이 끝난 건 아닙니다. 2016년 한국일보 보도로, 배수펌프 염소이온 농도가 설계 가정치인 리터당 20mg을 훌쩍 넘어 2016년 3월 기준 리터당 약 753mg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해수면 아래 시설로 바닷물이 스며들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2014년 설치된 펌프는 이미 부식돼 2015년 9월 내식성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교체된 뒤였고,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인체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2014년에는 지하수로의 장기 핵종 이동 가능성을 둘러싼 규제기관 내부 이견으로 1단계 운영허가 자체가 그해 12월로 늦춰진 적도 있습니다.
지진 위험도 반복되는 쟁점입니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 현대 관측 이래 한국 최대 규모의 지진은 처분장과 월성 원전에서 불과 수십km 거리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그때도 노후 원전과 방폐장에 대한 점검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KORAD의 대응은 이전이 아니라 보강이었습니다. 배수·비상전원 설비를 추가했고, 2단계 처분고는 그 경험을 반영해 규모 7.0 기준으로 지어졌습니다.
두 논란 모두 시설 가동 자체를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일정이 늦어질 때마다 다시 소환됩니다. 이 글을 쓰며 30년의 기록을 다시 훑어보니, 2005년 통했던 인센티브는 관대함이라기보다 앞선 네 번의 실패가 이미 치른 대가처럼 읽힙니다.
2단계가 하반기에 얼마나 빨리 채워지는지가 단기 지표입니다. 3단계는 2031년 목표로 다음 공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요.
더 큰 물음은 한 단계 위에 있습니다. 저준위 폐기물에서는 인센티브와 주민투표 조합이 통했지만, 훨씬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 고준위 폐기물 부지에도 같은 방식이 통할지는 2050년, 2060년이라는 일정 앞에서 아직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관련 산업 한 걸음 더
경주 방폐장 건설과 관련된 상장사로는 설계·안전성 평가에 참여해 온 한국전력기술(코스피 052690)과, 원전 후단 설비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코스피 034020)가 있습니다. 처분·해체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은 원전 해체 관련주 총정리에서 더 폭넓게 다뤘습니다.
본 내용은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경주 처분시설 연혁 자료, 한국일보 부안·경주 주민투표 보도(2004년 2월, 2005년 11월) 및 염소이온·인허가 지연 보도(2014년 11월, 2016년 5월), 서울경제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표면처분시설 준공”(2026년 5월 13일), 아시아경제 2단계 5중 방벽 관련 보도(2026년 5월), 네이트뉴스 1단계 반입 현황 보도(2026년 5월), 서울신문 2016년 경주 지진 관련 환경단체 반응 보도(2016년 9월), Supple 전국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 현황 보도(2026년 9월 12일), 이데일리 KAERI 연간 반출량 관련 보도, 국가법령정보센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법률 제20843호, 2025년 3월 25일 공포·9월 26일 시행), World Nuclear News 고준위 특별법 제정 보도(2025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