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 북한산 화강암 위에서 방사선은 얼마나 오를까 — 한반도가 세계 평균보다 '자연방사선이 조금 높은 땅'인 이유
서울 공간선량률(0.10~0.15μSv/h)이 나고야의 두 배인 이유는 화강암 지질입니다. 북한산 바위 위 등산 하루의 추가 선량, 감시망 지역별 값, 세계 고자연방사선 지역과의 비교를 방사선 전문가가 숫자로 정리합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9월 3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북한산 백운대 정상 바위에 앉으면 발밑이 통째로 화강암입니다. 1억 6천만 년쯤 전 땅속 깊은 곳에서 식은 마그마가 긴 침식 끝에 드러난 돌이지요. 단풍철에 이 바위 위에서 휴대용 측정기를 켜면 숫자가 도심보다 살짝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오르는지, 얼마나 오르는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 방사선 일을 하는 사람이 등산 시즌에 맞춰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울이 나고야보다 두 배 높은 이유
아시안게임 여행 글에서 서울의 공간 방사선량률이 평소 0.10~0.15μSv/h 안팎으로 나고야(0.04~0.06)의 두 배 이상이라고 썼습니다. 원전 사고를 겪은 나라보다 우리가 높다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이유는 발밑의 돌입니다.
화강암에는 우라늄이 수 ppm, 토륨이 10~20ppm 안팎, 칼륨이 3~4%가량 들어 있습니다. 칼륨의 0.012%는 방사성 동위원소 칼륨-40이고(몸속 방사능 글에서 다룬 바로 그 핵종), 우라늄·토륨은 긴 붕괴 사슬을 따라 감마선을 내는 자손 핵종을 줄줄이 만듭니다. 이 셋이 내는 감마선이 바위 표면을 뚫고 올라와 공간선량률을 만듭니다. 현무암·석회암·사암에는 이 원소들이 훨씬 적습니다.
한반도에는 중생대 쥐라기 대보 조산운동 때 관입한 대보 화강암이 국토 곳곳에 넓게 퍼져 있습니다. 북한산·도봉산·인왕산을 이루는 서울 화강암은 그 일부로, 약 1억 6천만 년 전(중기 쥐라기)의 흑운모 화강암이며 이 화강암은 북으로 의정부·포천·철원까지 이어지고, 원주·강릉 일대에도 같은 쥐라기의 화강암체가 따로 분포합니다. 설악산 화강암은 백악기로 시대가 다르지만 역시 화강암이지요. 수도권과 강원의 가을 산행 인기 코스는 거의 다 화강암 위에 있는 셈입니다.
감시망 숫자로 본 ‘지질의 지도’
원자력안전위원회·KINS의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 값을 지역별로 나란히 놓으면 지질이 그대로 보입니다(2026년 9월 3일 조회, 1시간 평균, nSv/h는 μSv/h의 1,000분의 1).
| 지역 | 공간선량률(nSv/h) | 지질 |
|---|---|---|
| 서울(11개 지점) | 119~159 | 화강암·편마암 |
| 강원 속초·양구·홍천 | 155~156 | 화강암대 |
| 대전 | 98~157 | 화강암 |
| 부산(6개 지점) | 89~108 | 백악기 퇴적암·화산암 |
| 제주(5개 지점) | 59~88 | 현무암 |
제주 고산 59, 서울 봉천 159 — 같은 나라 안에서 2.7배 차이가 나지만 모두 평상시 범위(50~300nSv/h) 안입니다. 서울 11개 지점은 조회 당일 119~159nSv/h로, 앞서 쓴 ‘평소 0.10~0.15μSv/h’의 위쪽 끝에 걸치거나 봉천처럼 조금 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지점 위치·날씨에 따라 수십 nSv/h는 늘 오르내리는 폭입니다. KINS가 2013~2017년 차량 탑재 검출기로 전국 약 12만km를 달리며 잰 조사에서도 전국 평균 131nSv/h(범위 34.5~508)에 제주가 낮게 나왔고, 국내 지표의 우라늄·토륨·칼륨-40 평균(51·59·877Bq/kg)은 UNSCEAR가 정리한 세계 토양 중앙값(35·30·400Bq/kg)보다 높은 쪽에 있습니다.
등산 하루, 얼마나 더 받나
계산은 단순합니다. 서울과 나고야의 차이 0.05μSv/h × 8시간 산행 = 0.4μSv. 화강암 노두 위에서 도심의 두 배쯤 나온다고 가정해도 0.1μSv/h × 8시간 = 0.8μSv입니다. 흉부 엑스레이 한 장(약 100μSv)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서울–뉴욕 왕복 비행(100~200μSv, 우주방사선 글)의 200분의 1이고, 흉부 CT(약 7,000μSv, CT 글)와는 비교 자체가 어색한 크기입니다. 연 단위로 넓혀도 서울과 나고야의 야외 감마선 차이는 0.05μSv/h × 8,760시간 ≈ 0.44mSv/년으로, 한국인 연간 자연방사선 약 3mSv에 이미 들어 있는 몫입니다.
세계의 ‘방사선 높은 땅’과 견주면
지질 때문에 방사선이 높은 곳은 세계에 더 극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 브라질 과라파리 — 토륨이 든 모나자이트 모래 해변. 모래 위 시간당 10~30μSv, 하루 1시간 머물면 연 4~11mSv로 계산한 보고가 있습니다.
- 인도 케랄라 차바라 해안 — 역시 모나자이트. 연간 외부선량 1~9mSv 안팎.
- 이란 람사르 — 라듐이 녹은 온천수가 만든 땅. 가장 높은 집의 외부선량이 연 131mSv, 고선량 지역 주민 전체 평균은 연 6mSv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서울의 야외 공간선량률을 1년 내내 그대로 받아도 연 1mSv 안팎(0.12μSv/h × 8,760시간)이니 자릿수가 다릅니다. 이 지역 주민 역학 연구의 결론은 DNA 복구 글의 저선량 논쟁 그대로 — 영향이 ‘없다’가 아니라 개별 연구로 확인하기 어려운 크기라는 뜻입니다.
산에서 직접 재 보고 싶다면
가이거 계수기 글에서 말했듯 휴대용 측정기의 절대값은 믿을 게 못 되지만 ‘변화’를 보는 용도로는 훌륭합니다. 등산로 입구 아스팔트, 바위 능선, 흙길에서 한 번씩 재 보세요. 화강암 노두에서 오르고 흙·숲길에서 내려가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비 온 다음 날은 빗물에 씻긴 라돈 자손 때문에 한 번 더 오릅니다.
한 가지 더. 화강암 지반 위의 반지하·1층 주택이나 화강암 석재를 많이 쓴 건물은 실내 라돈이 쌓이기 쉬운 조건입니다. 바깥 감마선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실내 라돈은 폐암 위험요인으로 관리 대상입니다 — 기준 148Bq/㎥과 무료 측정 방법은 라돈 글에 정리했습니다.
핵심 정리
- 서울이 나고야보다 공간선량률이 높은 이유는 오염이 아니라 우라늄·토륨·칼륨-40이 든 화강암 지질이다.
- 감시망 값은 제주(현무암) 59~88, 부산 89~108, 서울(화강암) 119~159nSv/h — 모두 평상시 범위 안이다.
- 화강암 위 8시간 산행의 추가 선량은 1μSv 미만, 흉부 엑스레이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 실내 라돈만 따로 챙기면 된다.
건강 안내 — 이 글은 방사선 방호 관점의 일반 정보이며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건강에 관한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원자력안전위원회·KINS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 실시간 자료(2026년 9월 3일 조회), Jang et al., Scientific Reports “Nationwide mapping of terrestrial gamma radiation in South Korea using a car-borne survey system”(2026), 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민족문화대백과 북한산·대보화강암 항목, Health Physics Society 화강암 선량 Q&A, World Nuclear Association NORM 자료, Calegaro et al., World Journal of Nuclear Medicine(2024), PLOS One 케랄라 차바라 조사(2012), Sohrabi & Esmaili, International Congress Series 람사르 고자연방사선 지역 조사(2002), UNSCEAR 2000 보고서 Annex B(세계 토양 핵종 농도)·2008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