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발전은 방사능에서 자유로울까: 삼중수소·중성자·폐기물로 본 인공태양

핵융합은 깨끗한 에너지라는데 방사능은 정말 없을까요? 핵융합 원리부터 연료 삼중수소, 14.1MeV 중성자가 만드는 방사화 폐기물, 핵분열 원전과의 차이, KSTAR·ITER 일정과 규제까지 짚었습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10월 30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지난 8월 12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들어갈 핵융합 연료 저장용기를 국내 기업들과 설계·제작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담을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한국이 2030년까지 ITER에 납품할 삼중수소 저장·공급 설비의 일부입니다.

‘인공태양’에도 방사성 연료 창고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핵융합은 깨끗한 에너지라는데 방사능은 정말 없을까요. 답은 연료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핵융합 원리: 연료에 이미 방사성 물질이 있다

ITER 기구는 중수소(D)와 삼중수소(T)의 반응을 핵융합 장치에 가장 효율적인 조합으로 꼽습니다. 둘이 합쳐지면 헬륨-4와 중성자가 나오고, 반응 하나가 내는 17.6MeV 가운데 약 5분의 1(3.5MeV)을 헬륨이, 5분의 4(14.1MeV)를 가벼운 중성자가 가져갑니다. 헬륨은 안정한 원소지만, 중성자는 그 자체가 투과력 강한 방사선이죠.

연료도 방사성입니다. 삼중수소는 반감기 약 12.3년인 방사성 수소로, 프랑스 원자력청(CEA) 설명대로 종이 한 장이면 멈추고 피부도 뚫지 못하는 약한 전자를 냅니다. 대신 물 형태로 마시거나 들이마시면 내부피폭이 되고, 일부는 유기물에 결합한 삼중수소(OBT)로 바뀌어 물 형태보다 오래 몸에 머뭅니다.

양도 만만치 않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26년 2월 규칙안에 가까운 미래의 상업용 장치가 쓰고 만드는 삼중수소가 100g을 넘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NRC 환산 약 100만 퀴리). 삼중수소 1g의 방사능은 약 3.6×10¹⁴Bq(베크렐)이라, 100g이면 약 3.6경Bq.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측 표현으로는 ‘ALPS 처리수’) 방류 연간 상한 22조Bq의 1,600배 남짓입니다.

다만 이건 내보내는 양이 아니라 시설 안에 가둬야 하는 양입니다. 둘을 같은 저울에 올리면 곤란하죠.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해 헬륨-4(3.5MeV)와 중성자(14.1MeV)가 나오는 반응도와, 방사선 문제가 생기는 세 지점인 삼중수소 연료, 중성자 방사화, 폐기물을 정리하고 핵분열과의 차이를 덧붙인 그림

14.1MeV 중성자가 남기는 방사화

핵융합 방사능의 진짜 주인공은 중성자입니다. 전하가 없어 자기장에 갇히지 않고 벽으로 날아가, 원래 방사성이 아니던 금속을 방사성으로 바꿉니다. 이것이 방사화.

ITER 인허가 경험을 정리한 논문(Taylor·Cortes, 2014)에는 이런 사례가 나옵니다.

  • 냉각수 속 질소-16: 물의 산소가 약 10MeV를 넘는 고속 중성자를 맞으면 생깁니다. 반감기는 7.1초뿐이지만 감마선이 강해서, ITER는 운전 중 1차 냉각계통이 지나는 방을 모두 출입 금지로 묶었죠.
  • 진공용기 안 먼지: 플라즈마가 깎아 낸 벽 먼지에는 삼중수소가 섞입니다. ITER 안전 평가의 가정은 용기 안 삼중수소 최대 1kg, 방사화 먼지 1,000kg.
  • 금속에 스며든 삼중수소: 방사화와 삼중수소 오염이 겹친 폐기물은 논문 당시 프랑스 처분장에 받아 줄 경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ITER는 삼중수소가 반감기를 몇 번 지날 때까지 묵혀 둘 중간 저장고를 계획했죠.

핵분열 원전과 무엇이 다른가

원리상 차이를 표로 놓으면 이렇습니다(2026년 10월 공개 자료 기준).

구분핵분열 원전핵융합로(D-T)
연료우라늄 등 핵분열성 물질중수소·삼중수소(삼중수소만 방사성)
중성자연쇄반응을 잇는 매개14.1MeV로 에너지를 싣고 나와 구조재를 방사화
폐기물고준위 사용후핵연료(초우라늄 원소 포함)방사화 구조재·삼중수소 오염물, 양은 많고 대부분 단수명
사고 시정지 후에도 붕괴열 냉각 필요연쇄반응 없음, ITER 붕괴열은 정지 직후 약 10MW, 하루 안에 1MW 미만

NRC 규칙안은 핵융합 장치에 핵분열성 물질이 없어 임계가 불가능하고, 방사성 물질을 가두려고 정지 후 능동 냉각을 할 필요도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상정 가능한 사고에서도 부지 밖 선량은 10mSv(1rem) 미만 같은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폐기물은 결이 정반대. 사용후핵연료는 부피가 작아도 수만 년 격리가 필요합니다. CEA는 핵융합로 폐기물을 극저준위 약 20%, 단수명 중·저준위 약 75%, 장수명 중준위 약 5%로 나누고, 약 100년 뒤 구조재의 방사성 독성이 자연 방사능에 가까워진다고 설명합니다.

‘장수명 폐기물 0’은 아닌 셈이죠. 방사화 금속의 재활용 허용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고, 이를 처리할 산업 공정은 앞으로 개발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Taylor·Cortes, 2014).

미국·영국·한국은 어떻게 규제하나

  • 미국: NRC는 2023년 4월 13일 핵융합을 원자로 체계가 아닌 방사성 부산물(byproduct material) 체계로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2026년 2월 26일 규칙안이 나왔고 의견 수렴은 5월 27일 끝났는데, 10월 30일 현재 NRC 규칙 현황 페이지에 최종 규칙은 없습니다. 법정 기한은 2027년 말.
  • 영국: 에너지법 2023 제156조로 핵융합 에너지 시설은 원자력 부지 허가가 필요 없어졌고(2024년 9월 10일 시행), 보건안전청과 환경 규제기관이 맡습니다.
  •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6년 7월 핵융합연을 찾아 규제 기준 개선·보완을 논의했다고 보도됐습니다(뉴스1, 7월 10일).

인공태양 KSTAR, 그리고 핵융합 발전은 언제

KSTAR의 최신 공식 기록은 2023년 12월~2024년 2월 실험의 이온온도 1억도 48초, 고성능 운전모드 102초입니다(핵융합연 운영성과, 2026년 10월 30일 확인). 목표는 1억도 300초이고, 2026년 하반기에는 플라즈마와 맞닿는 내부 부품을 텅스텐으로 바꾸는 업그레이드가 예정돼 있습니다.

ITER는 2024년 7월 새 기준선에서 연구 운전 시작을 2034년, 중수소-삼중수소 운전을 2039년으로 잡았습니다. 실험 장치라 전기를 팔지는 않죠. 정부는 2025년 12월 국가핵융합위원회에서 전력생산 실증 목표를 2050년대에서 2030년대로 당기고,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개념설계를 2026년에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로드맵을 뒷받침할 1조 5,000억 원 규모의 핵심 기술개발·실증 연구인프라 사업도 함께 내놨고요.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핵융합은 방사능이 없다"보다 “핵분열과 종류가 다른 방사능 문제가 있다"가 정확합니다. 고준위 사용후핵연료와 폭주하는 연쇄반응이 없다는 건 큰 장점이죠. 남은 숙제는 삼중수소를 새지 않게 다루고 방사화 폐기물을 줄이는 일이고, 정부가 꼽은 8대 핵심기술에 ‘연료 주기’와 ‘안전·인허가’가 들어간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참고 자료: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보도자료 「ITER 핵융합 연료 저장용기 국내 설계·제작 본격화」(2026.8.12), KSTAR 1억도 48초·H-모드 102초 운전 보도자료(2024.3.20), 「KSTAR, 한-EU 협력으로 미래 핵융합로 운전기술 검증 나선다」(2026.8.27), KSTAR 연도별 운영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2차 국가핵융합위원회 발표(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12.19); ITER Organization Baseline 2024 기자회견 요약(2024.7.3), Fusion Fuels; 프랑스 원자력청(CEA IRFM) 「Implementing the intrinsic safety of the fusion reactor」; N. Taylor·P. Cortes, 「Lessons learnt from ITER safety & licensing for DEMO and future nuclear fusion facilities」, Fusion Engineering and Design 89(2014); 미국 NRC 「Regulatory Framework for Fusion Machines」 규칙안(91 FR 9476, 2026.2.26), Fusion Machine Rulemaking Status; 영국 Energy Act 2023 제156조, 정부 Energy Security Bill 핵융합 규제 설명자료; 뉴스1 원안위 핵융합연 방문 보도(2026.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