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도 방사선원이다 — 몸속 핵붕괴 이야기

사람 몸속 칼륨-40과 탄소-14 때문에 우리 몸에서는 매초 수천 번의 핵붕괴가 일어납니다. '방사능 제로'가 애초에 불가능한 이유를 방사선 전문가가 설명합니다.

“방사능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위험한 것 아닌가요?” 방사선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거울 앞에 서 보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몸에서도 매초 수천 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며 방사선을 내고 있으니까요.

몸속의 방사성 물질, 칼륨-40

칼륨은 신경 신호 전달과 근육 운동에 필수라서 성인 몸에는 늘 100g 이상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에 존재하는 칼륨의 약 0.012%는 칼륨-40(K-40)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반감기가 약 12억 년이라 지구가 생길 때 만들어진 것이 아직 남아 있는 거죠.

비율은 낮아도 몸속 칼륨의 절대량이 많다 보니, 성인의 몸에서는 칼륨-40만으로 매초 약 4,000~5,000번의 핵붕괴가 일어납니다. 여기에 우주방사선이 대기에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탄소-14가 몸에 약 3,000Bq(매초 3,000번 붕괴) 수준으로 더해집니다. 합치면 우리 몸은 대략 8,000Bq 안팎의 훌륭한(?) 방사선원인 셈입니다.

성인 몸속 칼륨-40 약 4,000~5,000Bq, 탄소-14 약 3,000Bq, 합계 매초 약 8,000번 붕괴를 사람 실루엣과 함께 표시한 도해

몸속 칼륨-40을 비롯해 음식으로 들어온 천연 방사성 물질에 의한 내부피폭은 연간 약 0.3mSv 수준(이 중 칼륨-40이 약 0.17mSv)으로, 우리가 받는 연간 자연방사선(약 3mSv — CT 방사선량 글 참고)의 일부로 원래부터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할 방법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바나나를 먹으면 피폭될까?

칼륨 이야기가 나오면 꼭 등장하는 것이 바나나입니다. 바나나 한 개에는 칼륨-40이 약 15Bq 들어 있어, 해외에서는 농담 삼아 “바나나 등가선량”(약 0.1μSv)이라는 비공식 단위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반전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칼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항상성)하기 때문에, 바나나로 칼륨이 들어오면 그만큼 배출됩니다. 즉 바나나를 아무리 먹어도 몸속 방사능 총량은 늘지 않습니다. 바나나 등가선량은 “이 정도 수치는 걱정거리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잡는 비유로만 유용합니다.

몸이 ‘배경 잡음’이 되는 세계

이 사실이 실감 나는 곳이 정밀 방사선 계측 실험실입니다. 극미량의 방사능을 재는 검출기 입장에서는 측정하는 사람 자신이 걸어 다니는 오염원입니다. 칼륨-40이 내는 1.46MeV 감마선은 투과력이 좋아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저준위 계측 시설에서는 사람이 검출기 근처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를 관리하기도 합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종사자의 체내 방사능을 재는 전신계수기(Whole Body Counter)라는 장비를 돌려보면, 오염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서도 칼륨-40 피크가 또렷하게 나타납니다. 몸속 방사능이 ‘정상 상태’라는 것을 계측기가 매일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핵심 정리

  • 사람 몸에서는 칼륨-40과 탄소-14 때문에 매초 수천 번의 핵붕괴가 일어난다 — 이것이 ‘정상’이다.
  • “방사능 검출 = 위험"이 아니다. 문제는 검출 여부가 아니라 이다.
  • 바나나의 방사능은 실존하지만, 항상성 때문에 먹어도 몸속 방사능은 늘지 않는다.

참고 자료: ICRP 표준인(Reference Person) 자료, UNSCEAR 보고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생활방사선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