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 바라카 5년, 한국 원전 수출 1호 성적표

한국이 UAE에 수출해 완공한 유일한 원전, 바라카 1호기가 상업운전 5년을 넘겼습니다. 발전량·가동률, FANR 안전심사, 그리고 한전-한수원 간 11억 달러 비용 분쟁까지 1차 자료로 확인했습니다.

수치 기준일 2026년 9월 22일 — 이 글의 통계·가격·일정·규제 현황은 이 날짜에 확인한 값입니다. 본문에 따로 적힌 기준일이 있으면 그 날짜가 우선합니다.

40테라와트시. 바라카 원전 네 기가 한 해 동안 UAE에 공급하는 전력량이고, ENEC은 이를 뉴욕시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규모라고 설명합니다. 2009년 12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이 발전소를 짓기로 서명한 지는 17년, 1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 지는 5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이 수출해 실제로 다 지어낸 원전은 지금도 이 발전소 하나뿐이죠. 그 5년 동안 발전소 자체의 기록과, 계약을 따낸 한국 쪽의 셈법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1차 자료로 확인했습니다.

한눈에 보기

  • 바라카 원전 4기(APR1400, 2009년 204억 달러 계약)는 2021년 4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차례로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ENEC은 이 발전소가 UAE 전력의 약 4분의 1, 연간 약 40TWh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 규제기관 FANR은 2018년 가동전 심사에서 400건 넘는 지적사항을 낸 뒤 호기별로 면허를 내줬고, 2017~18년 발견된 콘크리트 공극은 외부 전문가 검증을 거쳐 3호기 연료 장전 전에 보수됐다.
  • 지연으로 계약액이 약 40억 달러 불어났고, 초과비용을 누가 떠안을지를 두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이의 11억 달러 분쟁이 국내 중재로 넘어가 있다.

1. 타임라인: 계약에서 완전 가동까지

ENEC은 2009년 12월 27일 한국전력 컨소시엄에 바라카 사업을 발주했습니다. 프랑스 아레바 주도 컨소시엄과 GE-히타치를 제친 결과였고, 세계원자력협회(WNA)와 OECD 원자력기구(NEA) 자료가 공통으로 확인하는 계약 규모는 204억 달러, APR1400 4기 분입니다.

1호기 착공은 2012년 7월 18일로, FANR이 1·2호기 통합 건설허가를 낸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3·4호기는 2014년 발급된 두 번째 허가를 받았고요. 이후 호기별 상업운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기착공순용량상업운전
1호기2012년 7월1,337MWe2021년 4월
2호기2013년 4월1,337MWe2022년 3월
3호기2014년 9월1,337MWe2023년 2월
4호기2015년 7월1,337MWe2024년 9월 5일

표 출처: ENEC, 세계원자력협회(WNA, 2026년 7월 16일 갱신 페이지).

제목의 ‘5년’은 1호기를 기준으로 합니다. 2021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1호기는 2026년 4월로 5주년을 넘겼고, 나머지 세 기는 그보다 어립니다. 4호기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가동 2년이 채 안 됐습니다.

2011년 자금 조달 마무리 무렵 세운 원래 일정은 2017년 첫 발전, 2020년 전체 가동이었으니 호기마다 3~4년씩 늦어진 셈입니다.

대체텍스트: 바라카 원전이 2009년 계약에서 2024년 전체 가동까지 온 과정과 2026년 UAE 전력 비중·연간 발전량·1호기 가동률·한전-한수원 비용 분쟁 금액을 보여주는 타임라인

2. 성능: UAE 전력의 4분의 1

ENEC은 2025년 바라카 4기가 UAE 전력 수요의 약 25%를 맡고, 연간 2,200만 톤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전체 가동 1주년 자료에서도 되풀이됐고, 외부 보도가 반박한 적은 없습니다.

합산 발전량은 연간 약 40TWh, 1호기 가동 이후 누적 발전량은 120TWh를 넘습니다. ENEC 자신의 비교로는 뉴욕시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호기별 실적은 새 발전소 무리에서 흔한 굴곡을 보입니다. WNA 원자로 데이터베이스(원자료는 IAEA 발전로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1호기의 연간 이용률은 2021년 85.5%, 2022년 70.0%로 떨어졌다가 2023년 89.6%, 2024년 96.2%로 올랐고 2025년 82.8%로 다시 낮아졌습니다. 2022년의 하락은 예정된 재장전·정비 정지와 겹치는데, 운영사 나와에너지(ENEC 82%·한수원 18%)는 영문으로 상세한 정지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동 이력이 짧은 4호기는 2024년 부분 연도 83.7%, 2025년 85.5%를 기록했습니다. 2025년 10월 업계지 인터뷰에서 ENEC은 1호기 대비 4호기에서 ‘일정·인력·비용 전반의 효율’이 40% 개선됐다고 밝혔는데, 구체적 산출 방식까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3. 안전과 규제: 400여 건의 지적사항과 콘크리트 공극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은 발전소 전체가 아니라 호기별로 면허를 냅니다. 1호기 운영허가는 착공 후 거의 8년 만인 2020년 2월에 나왔는데, 그 전 가동전 준비도 심사에서 FANR 스스로 기술·조직·관리 분야에 400건 넘는 지적사항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최초 노형 사업치고는 많은 숫자죠.

가동이 최소 18개월 밀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건설 단계의 지적도 있었습니다. ENEC의 품질관리는 2017년 격납구조물에서 머리카락 굵기 균열을 찾아냈고 이후 여러 호기에서 같은 문제가 확인됐으며, 2018년에는 3호기(2호기는 경미한 사례)에서 콘크리트 공극이 나왔습니다.

ENEC에 따르면 한수원 팀이 먼저 공극을 발견해 보고했고, 면허 보유자인 ENEC이 FANR에 통보했습니다. FANR은 보수 계획을 검토했고, ENEC과 계약한 외부 콘크리트 전문가가 보수를 검증했습니다.

보수는 2018년 안에 끝나 3호기 연료 장전 전에 마무리됐습니다.

원래 입찰 경쟁자였던 아레바의 당시 최고경영자는 이 원자로의 안전 여유를 두고 ‘에어백과 안전벨트 없는 자동차’에 비유했습니다. 경쟁 입찰사였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평가는 아닙니다.

그가 짚은 것은 APR1400에 노심용융물 격납장치, 이른바 코어 캐처가 없다는 점으로, 일부 서방 신형 설계가 채택한 장치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심사는 APR1400이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고, 2019년부터 NRC 설계인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동 이후 IAEA는 운영안전검토팀(OSART) 임무를 두 차례 보냈습니다. 2017년 가동전 검토와 2022년 9월 1호기 후속 검토인데, IAEA는 후속 검토에서 운영 안전이 강화됐고 2017년 지적사항이 해소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계속된 IAEA 검토 활용과, 당시 건설 중이던 4호기로의 교훈 전달도 함께 권고했습니다.

ENEC은 별도로 건설·운영 기간을 통틀어 IAEA·세계원전운영자협회(WANO) 동료검토를 42회 넘게 받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IAEA가 아니라 회사 쪽 집계입니다.

지역 차원의 이의 제기도 있었습니다. 카타르는 2019년 3월 IAEA에 서한을 보내 바라카의 입지와 설계가 걸프 지역 용수 공급과 안정에 위험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담수화 의존도와 방사성 물질 확산 시 도달 시간을 근거로 들었죠.

UAE 측 IAEA 대표는 이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IAEA 안전·비확산 기준 준수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항의는 2017년부터 UAE·사우디·이집트·바레인이 카타르와 단교한 걸프 갈등이 이어지던 시기에 나왔고, 이후 IAEA의 어떤 판단도 도하 측 안전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았습니다.

4. 경제성: 불어난 비용과 한국 안의 다툼

2009년 204억 달러였던 계약은 완공 시점에 약 240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약 40억 달러가 늘어난 셈인데, 분석가들은 단일한 실패보다 여러 해에 걸친 일정 지연을 주된 원인으로 봅니다.

2016년 10월 마무리된 244억 달러 규모 자금 조달은 자기자본 47억 달러(ENEC 82%·한수원 18%)와 부채 196억 달러로 짜였습니다. 부채는 아부다비 재무부의 정부보증 대출 162억 달러, 한국수출입은행의 수출신용 대출 25억 달러, 상업 대출 2억 5,000만 달러로 나뉘고요.

프로젝트회사 바라카원은 2023년 7월 이 가운데 한국 측 대출 일부를 현지 은행으로 재조달했습니다.

지연의 대가는 이제 UAE가 아니라 한국 안에서 다투는 중입니다. 2030년까지 이어지는 8억 8,000만 달러 규모 운영·정비 지원 계약으로 인력을 공급해 온 한수원은 2025년 5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모회사 한국전력을 상대로 약 10억 달러 규모 중재를 신청했습니다.

일정 지연과 설계변경으로 떠안은 추가 비용을 한전이 갚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용과, 해외 법정에서 원자로 기술이 노출될 위험을 들어 두 회사에 사건을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옮기라고 압박했고, 한수원은 2026년 5월 KCAB에 약 11억 달러 규모로 다시 제소했습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한전의 입장은 UAE 쪽에서 비용을 회수한 뒤에 내부 정산을 논의하자는 쪽입니다. 한전은 2025년 중반 기준 분쟁 금액의 약 10분의 1인 약 1,700억 원(약 1억 2,600만 달러)을 충당금으로 쌓아 뒀습니다.

같은 시점 한전의 바라카 관련 수익률은 여러 해의 흑자 뒤 소폭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였습니다. 공개된 기록에는 한전이나 한수원이 ENEC을 상대로 별도 청구를 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운영 인력은 한국이 처음부터 함께 키웠습니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자격을 갖춘 인력을 나와에너지에 공급하고, ENEC은 2009년 이후 2,000명 넘는 UAE 국적자가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고 밝혔습니다(에미라티제이션 정책의 일환). 다만 두 회사 모두 현재 시점 한국인·에미라티 인력 비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ENEC은 수요 쪽 셈법도 내세웁니다. 바라카 덕분에 LNG 수입 비용을 90억 달러 넘게 아꼈고, 아부다비의 발전용 가스 소비가 여러 해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는 주장입니다.

이 맞교환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OilPrice.com 분석은 UAE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이 더 낮은 자본 위험으로 비슷한 탈탄소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봤고, 걸프 지역 대형 태양광 발전 단가가 낮다는 점에서 이 지역 평론가들도 비슷한 지적을 냈습니다.

5. 바라카가 한국에 남긴 것

바라카는 여전히 한국의 유일한 완공 원전 수출이고, 그 기록은 다음 수출이 팔리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한수원이 2025년 계약한 체코 두코바니(APR1000 2기)는 가격과 일정을 다르게 짰고, 착공은 2029년 무렵으로 잡혀 있습니다.

바라카의 지연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죠. 이 신중함이 두코바니 건설 내내 이어질지, 바라카의 비용·안전 기록이 사우디 등 남은 입찰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사업별 진행 상황을 보면 가늠할 수 있습니다.

APR1400의 안전계통과 해외 인증 내역은 APR1400 설명에서, 한전·한수원·한전기술 같은 회사들의 역할 구분은 한국 원전 산업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다음 볼 것

올해 지켜볼 숫자는 한전-한수원 중재 결과입니다. 최초 노형 지연 비용을 ‘팀코리아’ 안에서 누가 떠안는지 달러로 드러날 뿐 아니라, 두코바니를 비롯한 다음 입찰에서 두 회사가 위험을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지도 가늠하게 해 줍니다.

더 조용하지만 오래 이어질 질문은 나와에너지의 이용률이 4기 평균으로 안정될 만큼 가동 이력을 쌓아 가는지입니다.

규제 기록을 들여다보며 공부한 입장에서 보면, 바라카의 건설 결함 자체는 업계 기준으로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례적이었던 쪽은 원전을 가져 본 적 없는 나라에서 안전문화와 운영 조직을 처음부터 함께 세워야 했던 일이죠.

관련 산업 한 걸음 더

이 글에서 다룬 회사 중 상장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수원은 비상장입니다.

기업코드이 글에서의 역할
한국전력코스피 015760바라카 계약 당사자, 한수원과의 비용 분쟁 상대방

밸류체인 전반의 관련 기업 목록은 SMR·원전 관련주 총정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본 내용은 산업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아부다비 미디어오피스 발표(2024~2025); 세계원자력협회(WNA) “Nuclear Power in the United Arab Emirates” 및 원자로 데이터베이스(Barakah 1~4); OECD 원자력기구(NEA) 바라카 프로젝트 자료;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 면허 발표; 국제원자력기구(IAEA) OSART 임무 성명(2022년 9월); 코리아타임스·서울경제의 한전-한수원 중재 보도(2025~2026); 아주경제(2025년 8월); Power Technology, “Divided opinion: inside the UAE’s Barakah nuclear plant”; OilPrice.com, “UAE’s Nuclear Power Pivot Comes At A High Cost”; 알자지라·걸프뉴스의 카타르 2019년 3월 IAEA 제소 보도.